[오늘 첫 TV합동토론]대역 두고 실전 같은 리허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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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선거전 초반의 분위기를 좌우할 3일의 첫 합동 토론회 준비에 각 진영이 사활을 걸고 매달리고 있다.

양강(兩强)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회창(李會昌)·노무현(盧武鉉)후보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나라당·민주당은 함께 토론에 참여할 민노당 권영길(權永吉)후보라는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 李후보의 경우 '안정 대 불안'구도를 심는 데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미디어 대책 본부장인 김무성(金武星)의원은 "盧후보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하고 깊은 국정경험, 선관위원장·감사원장·국무총리 등을 거치면서 얻은 원숙한 지도력을 보여주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 盧후보 측은 '새정치 대 낡은 정치''젊은 정치 대 늙은 정치'의 두 축을 주요 토론 개념으로 정했다. 김한길 미디어선거 특별본부장은 "李후보식 낡은 정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국민이 기대하는 새로운 정치 구상을 보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노당 權후보 측 관계자는 "李후보의 '수구성'과 盧후보의 '보수성'을 함께 비판해 진보정당으로서의 색깔을 확연히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각 진영은 유권자들에게 이미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변수인 토론 태도에 신경을 세우고 있다. 李후보 측은 盧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을 가급적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측은 통합21의 정몽준(鄭夢準)대표와의 지난달 22일 단일화 TV토론보다 공세 수위를 다소 높이기로 했다. 그렇지만 '불안정하고 과격하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불식해야 하는 과제와 맞물려 수위조절에 고심 중이다.

2일 각 후보 진영은 상대방 후보의 대역을 맡은 '스파링 파트너'를 세워놓고 실전을 방불케 하는 리허설을 했다. 李후보는 토론에 능한 의원 두명을 대역으로 삼았고, 민주당에선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이 李후보 역할을, 토론 실무팀의 한 관계자가 權후보 역할을 나눠 맡았다.

민노당 權후보의 토론 참여에 대해서는 서로 "불리하지 않다"고 낙관한다. 李후보 측은 "權후보가 지지기반이 겹치는 盧후보를 더 강하게 공격할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 盧후보 측은 "李-權 두 후보 사이에서 盧후보의 중도개혁 노선이 돋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토론 어떻게 진행되나=3일 오후 8∼10시 생중계되는 것은 정치분야 토론회다. 10일과 16일은 각각 경제와 사회·문화 분야가 예정돼 있다.

모두 연설→후보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A형)→주제가 정해져 있는 후보 간 질의(B형)→주제가 자유로운 후보 간 질의(C형)→마무리 연설 순으로 진행된다.

각 후보에게 사회자가 2개씩 던지는 A형 질문의 내용은 당일 현장 추첨으로 결정된다.

B형 질문은 각 후보자가 두 명의 상대후보에게 같은 내용으로 할 수 있는데 ▶정치개혁▶부정부패 척결이란 주제 가운데 후보자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1997년 대선 때의 토론회와 다른 점은 C형 질문을 도입한 것이다. 97년에 비해 상호 토론과 논쟁의 가능성을 조금 더 열어둔 셈이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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