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검색기 국내 첫 도입] 신체 주요 부위는 희미하게…의심 물체는 빨갛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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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일부터 인천·김포·김해·제주공항에서 전신검색기가 시범 운영된다. 위 사진은 공항 관계자들이 전신검색기를 시연하고 있는 모습. 아래는 전신검색기로 투시된 영상. [김태성 기자]

지난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번 출국장. 한 남성 여행객이 X선(X-ray) 장비가 설치된 두 개의 푸른색 박스 사이로 들어가 두 팔을 들어 올리자 ‘검색 중’이라는 표시가 떴다. 7초 뒤 검색이 끝나자 박스 바깥쪽 모니터에 사람 이미지가 뜨고 금속성 넥타이핀과 벨트, 라이터가 들어 있는 주머니 위에 빨간 박스가 표시됐다. 이 장비가 바로 ‘전신검색기’다.

승객이 검색기에서 나오자 검색요원이 빨간 박스가 표시된 승객의 주머니 등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위험 물질이 발견되지 않아 이 승객은 출국심사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앞서 이 승객은 문형 금속탐지대와 휴대용 스캐너를 이용한 1차 검색에서 수상한 점이 발견돼 전신검색기 검사 대상으로 분류됐다.

화면상의 빨간 박스는 검색기에서 7m가량 떨어져 있는 이미지 분석실에서 분석요원이 알몸이 투시된 화면을 보고 의심 물체가 있는 곳을 표시해 준 것이다.

이미지 분석실의 화면을 확인해 보니 승객의 얼굴은 파란색 동그라미로 가려져 있었고 신체 주요 부위는 아주 희미하게 처리됐다. 분석요원은 모니터상으로 확인이 어려운 경우 검색요원에게 무전으로 의심 부위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상황은 전신검색기 운영을 앞둔 시연이었다. 하지만 9월부터는 인천공항과 김포·김해·제주공항에서 이 장비가 실제 운영된다.

국토해양부 정필만 항공보안과장은 16일 “전신검색기를 9월 한 달간 시범 운영한 뒤 10월부터 본격 가동한다”며 “항공 테러 위협 예방과 성공적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신검색기는 인천공항에 3대, 나머지 공항에는 1대씩이 설치됐다. 전신검색기는 세라믹 칼, 분말·액체폭약 등 기존의 금속탐지장비로는 검색할 수 없거나 신체에 숨겨 둔 위험 물품에 대한 탐지가 가능한 첨단 보안검색장비다.

현재 미국 내 44개 공항에서 165대가 운영되는 것을 비롯, 영국·네덜란드·프랑스·호주·일본·캐나다·이탈리아 등 많은 국가에서 도입했다. 하지만 알몸이 드러나는 탓에 ‘알몸투시기’로 불리며 국내외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전신검색기 운영과 관련, 사생활 보호를 위한 규정들을 만들었다. 우선 검색 대상을 1차 검색에서 이상이 발견된 승객과 미국교통보안청(TSA)에서 지명한 승객으로 한정했다. 임산부와 영·유아, 환자, 장애인 등도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요주의 승객이라도 전신검색기 대신 손으로 하는 정밀검색을 택할 수 있도록 했다. 검색 이미지의 외부 유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전신검색장비에는 검색 이미지 보관과 출력, 전송, 저장 기능을 넣지 않았다. 신체 주요 부분은 희미하게 처리토록 했다.

또 검색요원과 분석요원은 검색 대상 승객과 동성(同性)인 요원으로 배치토록 했다. 강성수 인천공항 시설본부장은 “이미지 분석실에는 누구도 카메라·휴대전화 등 촬영 가능 장비를 휴대할 수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글=김기찬·강갑생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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