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 기업의 경기 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는데, 지난달 실물 경기지표는 좋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생산과 출하 증가율이 2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출하량에 대한 재고의 비율을 나타내는 재고율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0월 중 소비자기대지수는 97.1로 11개월 만에 1백 이하로 떨어졌고 이달 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기업실사지수도 98.6으로 1년 만에 1백 이하로 낮아지는 등 경제심리는 가라앉았지만 막상 실물지표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자동차 등의 선전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2.7% 늘어났다. 추석연휴가 10월에 끼여 있던 지난해보다 조업일수가 이틀 정도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9, 10월을 평균하더라도 8%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출출하(17.6%)가 내수출하(9.1%)보다 크게 늘어나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과 출하 증가율은 2000년 9월 각각 15.2%와 15.3%를 기록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도소매판매가 7%, 내수용소비재출하가 10.6% 증가하는 등 소비지표도 전달의 부진에서 회복됐다. 출하가 늘면서 재고율은 전달보다 2.8%포인트 줄어든 66.8%로 1980년 1월 재고율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청 김민경 경제통계국장은 "재고율은 경기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어 재고율이 낮다는 것은 경기가 상승국면에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설비투자는 1.4% 늘어 전달(2.5%)보다 증가세가 둔화됐다. 하지만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기계류수입액(24.9%)과 국내기계수주(31.1%)가 급증하고 있어 대통령 선거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으로 그동안 투자를 꺼렸던 기업들이 서서히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값 억제정책으로 전달 17.9%나 감소했던 건설수주도 19.8% 증가로 돌아섰다.
현재의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2로 전달보다 0.3포인트 높아졌고 6개월 이후의 경기를 보여주는 선행지수도 0.7%포인트 증가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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