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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 '이학영'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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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찬용 전 인사수석의 후임 인선을 놓고 청와대가 고민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주변이 찾는 사람은 '정찬용처럼 일할 사람'이다. 그가 사심 없이 공평하게 업무를 처리해 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후보자는 다섯명 안팎이다. 윤장현 중앙안과원장, 김완기 소청심사위원장, 박화강 전 한겨레신문 광주지국장, 박광서 전남대 교수, 김용채 변호사 등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가장 탐을 내는 사람은 이학영(53)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8일 "노 대통령은 이 총장을 시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은 "노 대통령은 일찍부터 후임 인사수석으로 이 총장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이 총장은 정 전 수석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전북 순창 출신인 이 총장은 전남대 국문학과(71학번)를 나왔다. 1980년대 중반부터 순천 YMCA를 본거지로 시민단체 활동을 해왔다. 2003년 5월 YMCA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청와대의 고민은 그의 전력 때문이다. 운동권 출신인 그는 유신 막바지인 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으로 복역했다. 당시 이 총장은 투쟁 자금 마련을 위해 79년 4월 시인 김남주씨 등과 함께 당시 서울 방배동 동아건설 최원석 회장집을 털다 현장에서 체포됐다. 선고 형량은 5년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민전 사건도 논란거리인데 강도 미수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여론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서울 소공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 총장은 "당시는 박정희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생각이 절박했지만 성명서 한 장도 낭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 보면 허깨비 같은 그 수단을 강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27세의 이학영 사무총장은 김남주 시인 등 조직원 4~5명과 함께 대낮에 최 회장 집에 침입한다. 선물 배달을 가장해 경비원 혼자 지키는 집안에 들어가는 데는 성공했다. 그가 맡은 일은 경비원 감시. 나머지 사람이 안채를 뒤져 돈을 훔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가 화장실에 간 새 경비원은 허술한 포박을 풀고 도망쳤다.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은 그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동료는 모두 도주한 뒤였다. 얼마 후 남민전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그에게는 보안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그는 출소 후 20년 넘게 YMCA 활동에 투신 중이다. 이 과정에서 정 전 수석과 인연을 맺었다. 노 대통령과는 90년대 초반 알았다. 순천의 동부지역사회연구소장 시절 노 대통령을 몇 차례 세미나.강연에 초청했다고 한다. 2002년 대선 후보 경선 때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을 찾아가 "이번엔 영남 후보라야 이회창씨 집권을 막으니 노무현 후보에게 양보해 달라"고 청한 일도 있다.

이 총장은 자신이 하마평에 오르는 데 대해 "시민단체에서 할 일이 더 많다"고 했다.

?남민전이란=79년 2월 결성된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의 약칭. 인혁당 사건에 연루됐던 이재문씨 등이 주도한 사회주의 지하당 준비 조직이란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검거된 사람만 84명에 이르는 유신 말기 최대 공안 사건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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