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과 PC방' 아름다운 공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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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올해 초 나는 친구 몇 명과 함께 짧은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그 여행은 한국의 전통적인 면과 현대적인 면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잊지 못할 여행이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도착한 곳은 현대적인 시설의 스키 리조트였다.남부 독일의 눈 덮인 마을에서 자란 탓인지 나는 누구보다 열성적인 스키광이다. 스키 슬로프에서 한국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인들은 스키를 타고 슬로프를 내려가면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했다. 또 슬로프 끝에 도착하면 도우미들이 활짝 웃으면서 최신 휴대전화에 대한 판촉활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반나절 동안 스키를 즐긴 후에 점심 식사를 위해 한 음식점을 찾았다. 이곳은 매우 조용했다.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는 부부는 시골 생활을 하고 싶어 지난해 서울을 떠나왔다고 했다. 음식점 주인은 소중한 수집품들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수집품 중에는 오래된 재봉틀·새총·요강 같은 신기한 것들도 있었다. 내가 청국장을 먹는 동안 여주인은 아이들과 함께 마당에 앉아 메주를 만들기 위해 콩을 빻고 있었다. 두 시간 전에 있었던 스키장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음식점을 나와 사우나를 하러갔다. 나는 대중 목욕탕을 갈 때면 옆 사람들과 한국말로 많은 대화를 나눈다. 이를 통해 한국을 가장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집에 돌아오기 전에 나는 한국을 첫 방문한 독일 친구들에게 한국 인터넷 문화의 단면이라 할 수 있는 PC방을 보여 주었다. 독일처럼 정체된 사회와 비교할 때 한국 젊은이들이 트렌드와 패션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가히 놀랄 만하다. 우리가 PC 방에 들어섰을 때 온통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는 20여명의 한국 젊은이들은 자신들만의 세상 속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 우리가 PC 방을 나왔을 때 나는 두 독일 친구들이 놀라움으로 멍해진 얼굴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긴 하루의 여행 뒤 잠자리에 들기 전 나는 그 동안 한국에서 경험했던 많은 일들을 되돌아 봤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 느림과 빠름의 멋진 공존. 이것이 내가 한국에 매력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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