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꺼낸 李후보 : 통일헌법 구상 4년 중임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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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27일 대선 출정식에서 '선거 후 여섯 가지 실천과제'를 펼쳐 보이며, 이 속에 개헌약속을 담았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당리당략을 떠나 우리 현실에 맞는 권력구조를 찾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선 "임기 중 마무리하겠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李후보는 개헌의 밑그림을 확실히 내비치진 않았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이미 남북관계를 염두에 둔 '통일헌법'을 구상하고 있다. 골자는 ▶영토조항 수정▶대통령 4년 중임제▶남북한 권력분할을 위한 정·부통령제 등이다. 홍준표(洪準杓) 제1정책조정위원장은 "현행 헌법은 우리 영토를 한반도 전체와 부속도서로 규정, 현실에 맞지 않다"며 "유엔에 가입까지 한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등 시대착오적 조항의 개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洪위원장은 대통령 임기도 손을 댈 것임을 시사했다. "장기집권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도입됐던 5년 단임제는 그 의미가 퇴색, 4년 중임제를 원하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통일 후의 정권안정을 위해 예멘식 정·부통령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洪위원장은 "통일이 되면 남한이 대통령을, 북한이 부통령을 맡는 식의 권력 분할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개헌론을 제기하는 의도는 복합적이다.

우선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를 견제하려는 것이다. '분권형 대통령제'개헌 공방을 통해 국민 이목을 독차지하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다.

또 수구·보수 이미지를 불식하려는 계산도 담겨 있다.

洪위원장은 "통일헌법 개헌을 통해 우리당은 북한 정권을 정식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북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정호 기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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