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한·일 협상 공개' 후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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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일협정 외교문서가 공개된 뒤의 당 대책을 놓고 한나라당 지도부와 비주류가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는 "문서 공개가 정치적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장 개혁파를 비롯한 비주류 일각은 "당은 과거사 문제를 회피해선 안 된다"며 대립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18일 당 운영위원회에서 "이 문제는 외교.법률.역사적 문제가 얽혀 있다"면서 "역사적 문제는 역사학자가 풀어야 하고, 법률적 문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를 정치적으로 다루려고 하면 자신의 잣대로 편리하게 평가하려는 유혹이 많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역사적 평가에 대한 정치권 개입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처럼 박 대표가 강력하게 입장을 밝힌 건 문서 공개를 계기로 한.일회담을 밀어붙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분위기가 형성되는 걸 차단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희룡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과거사 논란을 떠나 국민의 피맺힌 한에 대해 한나라당이 풀어주고 가야 한다"며 박 대표와 다른 시각을 보였다. 그는 "당시 정부가 피해 당사자 개인배상 청구권을 포기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당이 피해 당사자 입장에서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협정 반대시위를 주도했던 '6.3 동지회' 회장인 이재오 의원도 성명을 통해 "야당은 정치적 악용을 우려해 미온적이거나 소극적으로 비켜가려 하지 말고 당당히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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