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home&] 가족과 지구가 건강해져요 ‘녹색 습관’ 넷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8면

녹색 습관을 실천하는 주부 4명의 경험담을 들어봤다. 이들은 “처음엔 살짝 불편하지만 하다 보면 금세 습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도움말=신근정(녹색연합 조직국장)

가방 안에 천으로 만든 장바구니 하나를 돌돌 말아 가지고 다니는 것부터 녹색습관은 시작된다. [장바구니=에이프릴, 장소= 카페 ‘북스쿡스’]

1 제철 음식을 먹는 게 친환경 첫걸음
소시지 찾던 아이, 엄마표 햄버거에 반해

김지향(39·주부·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처음엔 아이를 건강하게 먹이기 위해 여기저기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국내에서 재배된 제철 음식이 가장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라는 것이었다. 에코생협(www.ecocoop.or.kr),한살림(www.hansalim.or.kr). 그리고 지방의 유기농 판매자들과 인터넷 직거래를 시작했다. 제철 음식은 확실히 가격도 싸고 맛과 영양이 좋다. 그러다 보니 이런 습관이 외국에서 음식을 운송하는 데 드는 연료를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대형 마트에서 사면 으레 생기는 비닐봉지와 불필요한 포장재도 걱정없다. 내친김에 조미료도 천연재료로 직접 만들었다. 멸치·홍합·표고버섯 등을 잘 말려서 믹서에 갈아 병에 담아두고 쓰니까 편했다. 물론 처음에는 가족들의 반발이 있었다. MSG 맛에 길들여진 남편은 ‘이게 국이지 찌개냐’고 핀잔을 줬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은 햄버거와 소시지를 찾았다. 가끔 집에 들르는 시어머니는 ‘유난을 떤다’며 잔소리를 했다. 하지만 가족들을 설득해 나갔다. 아들을 먼저 설득했다. 재래시장 장보기와 조미료 만들기를 함께 했다.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화분을 만들어서 허브를 키우게 했더니 ‘이걸로 뭘 만들 거냐’며 좋아했다. 고기를 갈아 패티를 만들고 ‘엄마표 햄버거’를 만들어줬다. 아들은 이제 엄마의 맛에 길들여져서 다른 것을 찾지 않는다. 남편은 아직까지 고생 중이지만 더 이상 불평은 없다. 가끔 회식을 핑계삼아 밖에서 충족시키는 눈치다.

실천강령

● 제철 식품과 지역 농산물을 먹는다.

● 곡식과 채소 위주의 식단을 짠다. 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약 10kg의 곡식이 필요하단다.

● 인스턴트식품의 양을 줄인다. 공장의 에너지 소비와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2 집안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휴대폰 충전 플러그 뽑아 남편이 버럭

이미정(41·주부·용인시 기흥동)

지난해부터 ‘대기전력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다. 우연히 들었는데 대기전력이 에너지 사용기기 전체 이용 전력의 10%나 차지한단다.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의 플러그를 뽑아두면 이렇게 낭비되는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우선 우리 집안 가전제품 리스트를 작성했다. 그리고 이들 제품의 플러그를 뽑아두기 시작했다. 물론 귀찮은 일이다. 종종 남편과 말다툼도 벌였다. 출근시간 때 바쁜데 드라이어가 작동되지 않는다고, 밤에 컴퓨터가 안 켜진다고 짜증을 냈다. 밤새 휴대전화 충전이 하나도 안 됐다고 버럭 화를 낸 적도 있다. ‘나 혼자 사는 집이냐, 전기 절약은 나 혼자만 해야 되냐’ 응수하기를 몇 번. 남편도 이제 필요할 때 플러그를 꽂아 쓰는 일에 익숙해졌다. 뽑아두는 일에는 아직 게으르다. 책상 밑, TV 뒤처럼 손이 잘 안 닿는 곳의 전원은 멀티탭으로 해결했다. 불필요한 전등과 전력도 없앴다. 우리 집은 거실과 현관이 바로 이어져서 현관 전등이 필요없다. 자동으로 불을 켜는 센서가 작동하지 않게 센서 장치에 종이를 붙였다. 빨래도 모았다가 1주일에 한 번만 돌렸다. 집에 들른 친정어머니가 ‘빨래 거리를 쌓아두고 산다’며 강력 살균 세정제로 빨래를 한 적이 있다. 전기는 아꼈지만 화학세제를 너무 많이 써서 결과적으론 물을 오염시킨 경우다. 이제 어머니도 녹색 생활에 동참하고 있다.

실천강령

●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아둔다.

● 방·거실·주방에서 형광등 하나씩을 줄인다.

● 빨래를 모아서 한꺼번에 넣고 세탁기를 돌린다.

● 청소기 사용 횟수를 줄이고 빗자루를 사용한다.

● 새 전자제품을 살 때는 에너지 효율 1등급 제품을 고른다.

3 장바구니 사용으로 비닐봉지 사용을 줄인다
옷차림 따라 색색 장바구니 기분도 상쾌

김강자(65·소비자 시민의 모임 회원)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 운동을 처음 시작한 96년부터 지금까지 장바구니를 들고 다닌다. 다시 사용할 수 없는 비닐봉지를 20원씩 주고 사서 버리는 게 나는 너무 아깝다. 처음에는 깜빡 잊고 나올 때도 있었다. 그럴 땐 마트 채소 코너에 가서 손잡이가 없는 커다란 투명 비닐을 뜯어 장바구니로 썼다. 돈을 주지 않아도 되고, 집에 가져와서는 깨끗하게 헹궈서 말린 다음 건어물·고기 등을 냉동고에 얼릴 때 개별 포장하는 데 썼다. 그도 없는 재래시장에서는 큰 비닐봉지 하나를 임시 장바구니로 대체하고 작은 비닐봉지들을 받지 않았다. 큰 종이봉투를 구할 수 있으면 당연히 종이봉투를 썼다. 종이가 비닐보다는 덜 튼튼해서 밑이 빠져버릴 것 같지만 두 겹을 겹치면 쓸 만하다. 하루 일정을 미리 계획해 외출 시 장바구니를 미리 챙기는 습관도 가졌다. 장바구니가 없을 때는 ‘지금 이걸 꼭 사야 하나’ 한번 더 생각했다. 불필요한 제품을 충동적으로 쇼핑하는 습관이 줄었으니 일석이조다. 가끔은 시장에서 아예 장바구니를 새로 사서 장을 보기도 한다. 우리 집에는 장바구니가 4~5개쯤 된다. 모두 돌돌 말아서 핸드백에 넣어 다닐 수 있는 종류들이다. 외출 때 들고 나가는 가방이 여러 개이듯, 옷차림에 따라 장바구니도 바꿔 들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떤 일이든 하는 사람이 기분이 좋아야 실천도 잘 되는 법이다. 요즘은 마트를 골라 가는 일에 신경쓰고 있다. 종이 전단지 대신 휴대전화 메일을 보내는 마트로 가기 위해서다.

실천강령

● 비닐봉지 사용을 줄인다.

● 친환경 마크 제품을 구입한다.

● 재생 제품을 구입한다.

● 종이 전단지를 많이 보내는 마트는 가지 않는다.

4 재활용품을 즐기자
버리기 아까운 물건은 녹색 장터에

김재금(65·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진주아파트 부녀회장)

“아파트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녹색장터’를 열고 있다. 헌옷과 안 쓰는 물품을 사고파는 장터다. 의외로 젊은 주부가 많이 찾아오는 것에 놀랐다. 40~50대 주부들이 처녀 때 입었던 유행 지난 옷들을 재미있어 하며 사간다. 그들 세대에서는 ‘빈티지 복고 패션’이 유행이란다. 생활용품의 경우는 ‘누가 썼던 것인지 모르고 사용하려니 찜찜했는데 파는 사람을 직접 보면서 구입할 수 있어 좋다’고들 한다. 제일 인기가 많은 것은 유아용품과 옷이다. 같은 아파트니까 한두 번씩은 봤던 터라 ‘아, 그때 초롱이가 입었던 거군요’라며 옷을 기억한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은 예쁘고 비싼 옷을 사더라도 1년만 입고 못 입을 때가 많으니까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흡족한 거래가 이루어진다. 나처럼 나이가 많은 주부들은 수저세트·그릇·커피포트·청소기·구루프 등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생활용품들을 내놓았다. 그동안 살림하면서 하나씩 사모으다 보니 두세 개씩 집에 있는 물건들이다. ‘너무 멀쩡해서 버릴 수는 없고 갖고 있으려니 쓸 데도 없다’며 내놓는다. 야외에서 천막을 치기 좋은 가을까지만 녹색장터를 하려고 했는데 너무 반응이 좋아 올겨울까지 한 달에 한 번씩 계속 장을 열어야 할 것 같다.

실천강령

● 분리수거를 철저히 한다. 빈 병은 담배꽁초 등의 이물질 없이 배출한다.

● 재생종이로 만든 화장지를 사용한다.

●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는다.

● 물품교환 장터 등을 이용해 서로 안 쓰는 물건을 교환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