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겨울場' 미지근할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5면

이번 겨울방학 이사철(올 12월∼내년 2월)에도 지난해와 같이 큰 장이 설까. 서울지역 아파트 값이 하락세를 멈추고 6주 만에 반등함에 따라 '겨울장'의 향배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겨울장은 한해 집값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로 이때 집값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내년 부동산시장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겨울 서울 강남에서 달아오르기 시작한 주택시장은 계속 상승세를 탔고 급기야 정부가 지난 10월 초부터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은 뒤에야 조금씩 주춤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겨울장에는 투자자보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가운데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시세차익을 노린 매물을 소화해 내지 못하면 반짝경기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겨울장은 거시경제환경·입주량·정부정책 등을 볼 때 지난해 겨울장(2001년 12월∼2002년 2월)보다 상승여력이 작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부동산114 조사 결과 올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3개월간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2천8백78가구로 지난 겨울장(1만1백70가구)보다 26.6% 많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값은 경기동향에 따라 진폭을 달리하지만 대부분 입주량과 반비례한다"며 "입주량으로만 볼 때 지난 겨울장과 같은 랠리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거시경제 등의 환경도 그다지 밝지 않다. 미국경제를 비롯한 세계경제의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 속 경기불황)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내년 국내경제의 성장률도 올해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최근 소비심리도 크게 꺾였다.

하나경제연구소 곽영훈 거시경제팀장은 "내년 신정부가 집권 초기 개혁 드라이브를 펼칠 경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며 "시장을 지켜보려는 관망파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주택 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고 담보비율을 낮추고 있는 점도 부동산시장에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정보업체 텐커뮤니티 정요한 사장은 "다가구주택 등 대체상품의 입주량이 늘어나면서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하고 매물적체도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겨울 성수기에도 전셋값이 보합세에 머물 경우 매매값은 강한 탄력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파트가격이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전세를 안고 투자하는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텐커뮤니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만 해도 서울지역 아파트의 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비율)은 60%를 웃돌았으나 지난주엔 49%까지 떨어졌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살 만한 가능성도 줄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겨울장에는 시세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이 적지 않아 매매공방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지난해 겨울장엔 매물이 없어 호가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분당 신도시 국화부동산중개사무소 오석근 사장은 "1∼2년 전 아파트를 샀던 투자자들 가운데 보유매물을 처분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인근의 한 중개업자도 "연구기관들이 내년 아파트값이 보합세에 머물거나 약세를 띨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올 초처럼 더 오르기 전에 사두려는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이번 겨울장은 지난해 겨울장 상승분의 20∼30% 정도 오른 뒤 한동안 보합세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뱅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값은 10.05%, 전셋값은 6.3% 올랐다.

그러나 내집마련정보사 강현구 팀장은 "차익매물을 소화해내지 못하면 이번 겨울장이 내년 2월 중순께 끝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시장 추이를 지켜본 뒤 아파트 값이 강한 탄력을 받지 못할 경우 매도시기를 앞당기는 게 좋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나산공인중개사무소 이덕원 사장은 "잠실주공아파트의 일괄승인, 예금금리 하락 등 호재가 있지만 전체 아파트값을 끌어올릴 만한 재료는 아닌 것 같다"며 "매입시기를 내년 중순 이후로 미루라고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단기차익을 겨냥하고 매입했다가 자칫 자금이 묶일 수 있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기자

wkpar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