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침책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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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오늘 엄마가 죽었다. 『이방인』(알베르 카뮈, 김화영 옮김, 책세상)

아침부터 거시기한 글을 띄워 죄송합니다. 위의 문장은 그 유명한 소설의 그 유명한 첫머리입니다. 1950년대에 고 이휘영 선생은 "오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라고 번역했습니다. 그 시절에 "엄마가 죽었다"라고 번역했다면 아마 후레자식 소리를 들었을지 모릅니다. 번역은 그래서 시대의 소산입니다. 그것은 언어가 시대를 타기 때문이지요. 1987년에 나온 김화영 교수의 번역은 80년대의 언어사회학을 반영하는 것이면서, 번역자의 문학적 '작품 해석'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처럼 번역은 세상을 읽는 하나의 시선 혹은 방식이기도 합니다. 좋은 번역을 읽으면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은 어느 쪽을 향하고 있습니까. '엄마'인가요 '어머니'인가요.

김석희<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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