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KT株 동반 강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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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5일 증시에서 SK텔레콤과 KT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보유 중인 상대 회사의 주식 전량을 내년 1월 15일까지 서로 바꾸기(스와핑) 로 했다는 소식 덕이다. SK텔레콤은 전날보다 5.68%(1만3천원) 올라 24만2천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KT도 전날보다 6.38%(3천1백50원) 상승해 5만2천5백원을 기록했다. 특히 KT는 지난 14일(65만주)보다 크게 늘어난 1백44만주가 거래됐다.

현재 SK텔레콤은 KT 주식 9.64%를 보유하고 있으며, KT는 SK텔레콤 주식 9.27%를 갖고 있다. <본지 11월 15일자 e1면·표 참조>

이번 합의로 통신업종의 주가가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통신사업자인 두 업체의 주가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것은 서로 보유한 물량이 언제든지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었다. 소모적인 지분 다툼이 끝나게 된 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동원경제연구소 양종인 연구원은 "이번 합의는 통신주에 큰 호재"라며 SK텔레콤과 KT에 대해 각각 목표주가를 31만8천원, 6만5천원으로 제시했다. 현대증권도 15일 KT의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에서 '매수'로 상향조정하고 목표가를 7만원으로 올렸다.

애널리스트들이 이번 주식 맞교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양사가 맞교환한 주식을 소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경우 두 회사의 주당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동원경제연구소는 KT와 SK텔레콤이 이미 갖고 있는 자사주와 이번에 매입하는 주식을 소각할 경우 올해 주당 순익이 각각 12.1%, 17.2%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또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전략적 제휴에 나설 경우 맞교환한 주식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통신시장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게 됐다. 우선 국내 무선통신사업자 1위인 SK텔레콤이 유선통신사업자 KT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하게 돼 통신시장의 독점현상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양 연구원은 "SK텔레콤이 지분 맞교환에 협력했기 때문에 정부가 앞으로 통신요금 인하·신세기통신 합병조건 이행 심사 등에서 SK텔레콤에 아주 불리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향후 지분교환이 주가상승으로 이어지려면 자사주 소각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행 관련법에 따르면 장내에서 사들인 주식만 소각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김경모 연구원은 "교환되는 물량이 너무 많은 만큼 현실적으로 장내 거래는 어렵다"며 "정부가 이번 주식 맞교환에 대해 예외를 인정해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하재식 기자

angel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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