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법 끝내 무산 '역시나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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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치 개혁 관련 법안 처리가 14일 결국 무산됐다. 한나라당이 일부 법안에 대해 상임위 단독 처리라는 강수(强手)까지 뽑아들었으나 결국 민주당 반발의 턱을 넘지 못했다.

◇법사위에서 과반수 힘 보인 한나라당=한나라당은 이날 아침부터 정치개혁법안의 강행 처리 방침을 밝혔었다. 서청원(徐淸源)대표는 "부패방지법과 관련해 합의된 내용이라도 강행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이회창(李會昌)대통령후보의 공약 관련 회기 내 처리 방침과 맞닿아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과반수(8대7)를 차지한 법사위에서 부패방지법·의문사진상조사특별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조순형(趙舜衡)·천정배(千正培)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소위 의결을 거치지 않고 상정하는 것은 국회법 위반" "이회창 후보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반발하며 퇴장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부패방지법안을 본회의에 올리지 못했다. 이날 사회를 본 민주당 소속 김태식(金台植) 국회 부의장이 민주당과 합의해 오라며 사실상 상정을 거부했기때문이다.

조순형·천정배 의원은 의문사진상조사특별법안에 대한 본회의 표결에선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반해 정치개혁특위는 열리지 못했다. 민주당이 선거법·정치자금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이미 합의된 국회법·인사청문회법 처리에 응하지 않겠다고 버텼고,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딱 반수를 차지해 단독으로 처리할 능력이 없는 탓이다.

◇여·야·정 머리 맞댄 경제특구법=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과 정부는 이날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회에서 경제자유구역을 확대하려던 것을 정부 원안대로 되돌리는 대신, 지역 간 형평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지역균형발전특별법을 내년 초 임시국회에서 조기 입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제2정조위원장은 "법안처리가 늦어지면 외국인 투자를 다 빼앗기게 돼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본회의 표결에선 지역 간 엇갈린 이해가 그대로 드러났다. 대구·경북(姜在涉·金滿堤·鄭昌和·李海鳳), 강원(柳在珪·李昌馥), 전북(金元基·鄭東泳·張永達), 충청(咸錫宰·鄭鎭碩·沈揆喆)지역 출신들과 노동계와 가까운 의원(金文洙·金樂冀·全在姬·朴仁相)등이 반대표를 던졌다.

반면 특구지정이 유력한 인천시의 안상수(安相洙)시장과 인천 출신 의원들은 동료 의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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