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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대만, IT한국 포위작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9면

반도체·LCD·휴대전화·PDP 등 정보기술(IT) 각 분야에서 한국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은 수년간 투자를 못한 탓에 한국에 자꾸만 추월을 허용하니 짜증이 날 터이고, 대만은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이 더 빨리 달아나는 것이 약오르는 일이다. 중국 또한 한국이 사정권 안에 들었다고 보고 추격의 고삐를 당기는 한편 일격의 찬스를 노리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IT 파워에 대한 3국의 질시와 견제가 커진다는 것인데, 일·중·대(日·中·臺)'의 연합이 포위망을 치는 것 같아 불안하다.

일본과 대만은 LCD쪽 제휴가 끈끈하다. 대만의 7대 LCD 업체가 모두 일본기업과 기술제휴나 합작으로 라인을 건설한 데다 각자 기술도입선인 일본업체에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납품하고 있다. 이 덕분에 대만은 올 들어 한국을 제치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D램의 경우 대만의 파워칩과 모젤이 일본의 엘피다와 제휴하기로 했고, 세계 최대의 PDP 메이커인 일본의 FHP는 대만의 포모사플라스틱·AU옵트로닉스와 합작으로 현지공장을 건설 중이다.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업체인 대만의 TSMC와 UMC가 중국에 반도체 일관생산공장을 설립키로 결정하면서 대만과 중국간의 형제애도 급속히 복원되고 있다. 대만 LCD업체들 역시 모듈조립공정을 빠른 속도로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는데, CPT(장쑤성), AU 옵트로닉스(쑤저우), 한스타(난징) 등은 이미 양산에 들어갔다.

중·일 기업간에도 올해 들어 가전분야의 포괄적 제휴가 급증하고 있다. 1월에 산요-하이얼의 제휴가 발표되더니 마쓰시타-TCL, 쓰미토모상사-하이신(海信)그룹 등 대형 제휴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의사결정이 느리기로 소문난 일본기업도 중국기업과의 제휴에는 유난히 적극적인데, 산요는 하이얼과의 제휴를 제안한 지 두달 만에 속전속결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일본의 기초·설계기술, 대만의 생산기술, 그리고 중국의 원가경쟁력에다 화교의 막대한 자금력이 결합해 한국을 협공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일·중·대도 어차피 오월동주(吳越同舟)인 만큼 우리가 먼저 승선하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joyoon@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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