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총장 벌써 흠집… 앞날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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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각영(金珏泳) 신임 검찰총장은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검찰 조직의 인화와 단결을 강조했다.

金총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최근 사태로 검사와 직원이 구속된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며 "모든 검찰 직원이 서로의 고충을 들어주고 따뜻이 감싸주면서 한마음으로 뭉친다면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金총장은 취임사가 끝난 뒤 '희망의 나라로'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대검·서울지검·법무부 간부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그러나 이명재 전 총장이 중도 퇴진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취임식장 분위기는 밝지 못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金총장은 "고매한 인품과 덕망으로 신뢰받는 검찰 구현을 위해 노력했던 전임 총장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덧붙였다.

검찰 간부들은 金총장이 취임하기 전부터 2000년 서울지검장 시절 진승현·정현준 게이트의 수사 부실 책임과 1985년 충무지청장 재직 시절 금품 수수 의혹 등이 여론에 거론된 데 대해 곤혹스러운 모습이었다.

대검의 한 검사는 "땅에 떨어진 검찰의 위상을 회복시켜야 할 총장이 벌써부터 흠집이 나고 있으니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의 한 간부는 "신임 총장이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친 만큼 이 사태를 잘 수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새로운 법무부 장관과 검찰 수뇌부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번주 중 후속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다. 인사의 가장 큰 변수는 金총장의 동기인 사시 12회의 이종찬 서울고검장과 한부환 법무연수원장·김승규 부산고검장이 자리를 지키느냐다. 현재로선 이들이 조직 안정을 위해 잔류할 가능성이 크며 金총장 역시 동기들에게 남아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법무부 차관과 서울지검장을 교체하는 소폭 인사에 그칠 전망이다. 金총장의 취임으로 공석이 된 법무부 차관에는 사시 13회 고검장인 송광수 대구고검장이나 명노승 대전고검장이 전보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때 비게 되는 고검장 한 자리를 사시 13회의 검사장 중 한명으로 채울지는 불투명하다.

검찰이 잘못을 저지른 마당에 승진 인사를 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심사는 서울지검장이다. 김진환(金振煥)서울지검장은 본인이 사표를 내지 않으면 구타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검이나 법무부 참모로 전보될 것으로 보인다. 후임 서울지검장은 金지검장의 동기인 사시 14회나 한기 아래인 사시 15회 중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검사장급 간부 2∼3명만 보직을 조정해 인사폭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로는 대규모 인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꼭 필요한 자리만 이동이 있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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