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하는 大選 후보 따라 골라 보는 책도 나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3면

청와대와 국회를 비롯한 각종 전문단체들의 책 읽는 성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해보는 작업은 '통계산업'인 인터넷서점에서만이 가능하다. 앞으로 이 고정난을 통해 아주 미세한, 그러나 의미있는 '통계의 출판학'을 선보여드릴 예정인데, 우선 선거의 계절인지라 여의도 국회에서는 미국에서 선거 불패의 신화를 창조해 온 일등참모 딕 모리스의 『신 군주론』(아르케)을 유독 많이 찾는다는 점이 눈에 뜨인다.

반면 약간의 검색과정을 거치면 한나라당에서는 종합적인 미래학 서적 『지식의 최전선』(한길사)이, 민주당에서는 후보와 저자 사이에 정치적 친근성이 있는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돌베개)가 각기 '즐겨있는 책' 1위에 올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관심을 옮겨 이번 대선의 주요 후보 책 얘기로 가보자. 세 사람은 모두 자신의 비전과 철학을 소개하는 책을 냈다. 당연히 해당 후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사봤을 것이다.

그런데 해당 후보 책을 읽은 독자층의 애독서 성향도 조금씩 다르다. 먼저 이회창 후보의 『아름다운 원칙』(문예당)을 읽은 사람들 사이에선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쓴 『내가 걸어온 일류국가의 길』(문학사상사)이 함께 읽는 책 1위에 올랐다. 노무현 후보가 쓴 『여보, 나 좀 도와줘』(새터) 독자들이 많이 찾는 책은 『노무현이 만난 링컨』(노무현 저) 등 노후보 관련서들이 휩쓸었다. 정몽준 후보는 월드컵 후에 『꿈은 이루어진다』(룩스북)는 책을 냈는데 이 책 독자들이 즐겨 읽는 베스트셀러에서는 『New China Leader, 후진타오』가 눈에 띈다.

요즘 청와대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들에는 『나는 달린다』(궁리)와 『단순하게 살아라』(김영사)가 각기 베스트셀러 1, 2위에 올라 있다. 전자는 어느날 문득 잘못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은 독일 외무부 장관이 마라톤으로 1년 만에 37kg을 빼고 새 삶을 찾는 이야기이고, 후자는 욕심을 버리고 호혜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라는 책이다. 둘 다 어렵고 복잡한 상황에서 발상을 전환하여 활로를 개척하는 참고서다.

조유식 인터넷 서점 '알라딘' 대표

sindbad@aladin.co.kr

이번주부터 통계와 수치를 통해 책동네 이야기를 담는 '통계로 보는 출판동네'를 연재합니다. 집필은 인터넷서점 '알라딘' 대표 조유식씨가 합니다.

편집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