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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사유화' 막고 세대교체 새바람 목사 조기 은퇴 잇따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박조준(68·성남시 분당구 갈보리 교회)목사는 지난달 주일 예배 도중 갑자기 내년 1월 은퇴하겠다고 발표해 참석한 교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박목사는 아예 후임자까지 공표해버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토렌스 제일교회의 이필재 목사가 갈보리 교회의 새로운 담임목사라는 것이었다.

박목사는 "새로운 리더를 통한 교회 발전을 위해 은퇴하겠다"며 "앞으로는 선교사 재교육을 위한 세계지도력개발원 사역에만 전념하겠다"고 못박았다.

박목사의 결정은 목사 한 사람이 오래 한 교회를 맡을 경우 우려되는 교회의 '사유화'현상을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박목사는 갈보리 교회의 목회에서 완전히 손을 뗌으로써 후배 목사의 활동에 자유를 부여함과 동시에 완벽한 세대 교체를 이룬 셈이다.

목사의 정년이 만 70세니까 박목사는 2년 앞서 물러나는 것이다. 갈보리 교회의 교인들은 박목사의 결정에 놀라는 한편으로 그의 용단에 박수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후배 목사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조기 은퇴를 결정한 담임 목사는 박목사만이 아니다.

사랑의 교회의 옥한흠 목사가 최근 장로들이 모인 자리에서 65세가 되는 내년에 담임 자리를 내놓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랑의 교회는 현재 후임 목사를 물색 중인데 미국에서 활동 중인 오정현(남가주 사랑의 교회)목사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또 통일운동에 적극적이었던 향린교회의 홍근수 목사와 안동교회의 유경재 목사도 65세가 되는 내년에 은퇴의 뜻을 분명히 했다.

연배는 이들보다 낮으나 높은뜻숭의교회의 김동호(51)목사와 일산 광성교회의 정성진(48)목사도 이미 65세를 은퇴시기로 잡았다.

개신교에서는 70세 정년이 도입되기 시작한 10여년 전만해도 목사들은 사실상 종신제였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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