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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기업은 책상물림 인재 사양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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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가나자와공대는 도쿄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우수 학생 유치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우수 학생들은 도쿄·오사카·나고야·교토 등의 대도시 대학으로 가고, 나머지 보통학생들이 이곳으로 온다는 것이다. 학교 측도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결국 1992년 이시카와 겐이치(石川憲一) 학장은 미국의 로즈헐먼 공과대학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 대대적인 개혁에 나섰다. 로즈헐먼 공과대학은 학생 수가 2000명밖에 안 되는 인디애나주의 작은 대학이지만, 공학교육 부문 1위를 매년 고수하고 있는 명문이다. 입학생들의 수준은 높지 않지만 졸업할 땐 훌륭한 엔지니어로 양성해 졸업시킨다. 원석을 보석으로 가공해 산업계에 내보낸다는 얘기다.

가나자와공대는 자신들과 상황이 비슷한 로즈헐먼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이에 따라 가나자와공대는 1학년 때부터 현장 중심의 실습과 연구활동을 시키고 있다. 이시카와 학장은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전문지식을 스스로 학습하면서 필요한 능력을 몸에 배게 하고, 학생의 잠재력을 끄집어 내는 것이 가나자와공대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두 대학의 공통점은 비록 지방에 있는 작은 대학이지만 실사구시를 중시해 경쟁력 있는 학생을 양성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어드바이저로 일하고 있는 한기대도 두 대학과 비슷하다. 한기대는 충남 병천에 위치한 학생 수 400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규모의 공대 중심 대학이다. 지난해 특허청 주최의 지식재산 공모전에서 전국 최우수 대학이 됐고, 올해는 한국공학한림원과 특허청이 주최한 캠퍼스 특허전략 유니버시아드 대회 선행자료조사 부문에서 전국 5위를 차지했다.

이곳에선 실용적인 교육, 자발적인 학습에 중점을 둔다. 특허동우회를 결성해 매주 1회씩 특허법 및 특허전략을 지도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배우는 지식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실용적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특허동우회와 같은 현장 중심의 배움터로 모여든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대학 졸업장이 아니라 대학이라는 큰 배움터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다.

실질적이고 현장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대학은 비단 이곳뿐만이 아닐 게다. 한국의 대학생들의 잠재력은 대단하다. 대학이라는 울타리 내에 존재하는 여러 종류의 전문 과정을 활용해 능동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검증하려 한다. 대학의 교수들은 그 잠재력을 일깨울 수 있도록 살아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살아있는 교육, 현장 중심의 교육을 받고, 이를 자신의 잠재력과 결부시킨 학생들은 취업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업은 그런 학생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대학은 단순히 기초학문을 교육시킨다고 교육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창의적인 학생들이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앞으론 살아 꿈틀거리고, 경쟁력 있는 교육과정을 개발해 제공하는 대학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가나자와공대의 성공이 모범사례다.

박검진 한국기술교육대 특허관리 어드바이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