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수사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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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서울지검 강력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은 조직이 생긴 이래 가장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별조사실에서 趙모씨가 구타로 사망하는 사건이 터진 직후 노상균(魯相均)강력부장이 서울고검으로 전보되고 새로 이삼(李三)부장검사가 부임했지만 검사·수사관들은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

李부장검사는 부임 직후 "당장은 달리 할 일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어떤 말로도 지금의 이 비통한 심정을 표현하기 어렵다. 잘못된 수사관행에 대해서는 백번천번 벌을 받아야 하지만 묻혀있던 살인사건을 캐는 과정에서 빚어진 참극임을 참작해 달라." 강력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호소했다.

일선 수사관들의 입에선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조폭과 맞설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튀어나오고 있다.

검찰 내에서 강력부는 마약수사부와 함께 3D부서로 통한다. 그만큼 고충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잦은 야근은 기본이고 주로 조직폭력 사범인 용의자 검거 과정에서 육체적인 충돌이 다반사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때로는 생명을 위협받기도 한다.

"공무원이나 기업체 대표, 정·관계 인사들을 주로 상대하는 특수부의 경우 합리적인 논리와 설득이 통하지만 조폭들은 먼저 기를 제압하지 않으면 절대 자백하지 않는다. 그만큼 수사가 힘들다."

강력부 출신인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그러나 "이번 구타 사망사건에서 보듯 강압 수사로 얻은 자백은 차라리 받지 않느니 못하다. 이번이 무리한 수사관행을 고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서울지검 강력부가 생긴 것은 1990년 5월. 국내 3대 조폭 패밀리 중 하나인 양은이파가 오비파 두목 이동재의 목과 다리를 난자하는 등 88∼89년 조폭간의 영역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자 이들을 전담할 강력한 수사 조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지검 특수부장이던 심재륜 전 고검장은 초대 강력부장을 겸임하면서 출범 열흘 만에 서방파 두목 김태촌을 공갈·협박 혐의로 구속하는 등 큰 성과를 올렸다. 슬롯머신 업주와 정·관계 인사들간의 유착 고리를 파헤친 슬롯머신 사건과 영생교 교주 조희성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한 것도 강력부의 작품이었다.

검찰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로부터 가져왔던 강력범죄자에 대한 검거 및 초동수사를 다시 돌려주자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12년 동안 대부분의 조폭 세력이 와해됐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좌표없이 흔들리는 강력부 검사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강수 기자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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