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D-1>'남도 마찬가지' 배짱 갖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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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대학입시를 위한 수학능력 평가시험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 때쯤이면 수험생을 둔 가정은 살 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긴장 속에 빠져들게 마련. 하지만 지나친 걱정 또는 격려는 수험생을 더욱 부담스럽게 할 뿐이다. 시험 불안을 최소화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적당한 긴장은 약=불안은 인체가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신체적 반응. 따라서 시험을 앞두고 긴장하는 것은 필요한 생리적 준비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적당한 긴장은 학습효과와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심리상태가 지나칠 경우. 서울대의대 약리학교실 서유헌 교수는 "지나친 긴장은 뇌에서 에피네프린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증가시켜 심박동이 빨라지고, 진땀이 나며 떨리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흥분이 지나쳐 머리 속이 텅빈 것 같다거나 시험지가 보이지 않고, 아는 문제도 생각나지 않는 등 평소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

시험 전날 반응도 다양하다. 평소 밤 11시 넘어서 잠을 자던 학생이 일찍 취침한다거나 심하면 배가 아프고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불안은 보통 시험 5일 전 시작해 당일 절정에 달한다.

연구에 따르면 시험불안이 낮은 학생은 집중력이 높고, 침착하며 불필요한 행동을 덜 한다. 반면 불안이 큰 학생은 공부와 무관한 행동을 많이 하고, 기억력과 정보처리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시험을 치를 때 불안수준이 높은 학생은 시험 전 마인드 컨트롤과 같은 행동수정 치료나 이완훈련 등 나름대로 관리를 하는 것이 좋다.

◇심한 불안형은 신경안정제 필요=수능을 앞두고 서울대 의대 출신 의사 세명이 출판한 '시험점수 올리는 건강법'은 시험불안의 네 가지 유형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픽 참조>

불안형·과(過)긴장형·신체증상형·징크스형이 그것. 하지만 불안의 뿌리는 같다. 따라서 근본적인 처방은 '노력한 만큼 거두겠다'는 사고를 갖는 것이다. 또 '남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 상황에서 불안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며 대범한 마음가짐을 갖는 게 좋다.

호흡요법이나 근육이완 요법도 도움을 준다. 호흡법은 편하게 누워 코로 한껏 숨을 들이마신후 천천히 내뱉는 것. 4초 동안 천천히 들이마시고 1초 멈춘 뒤 다시 4초 동안 내뱉는다. 배꼽 위에 손을 올려놓고 배를 이용해 복식호흡을 한다.

근육이완법은 인체 한 부분에 정신을 집중해서 응축시킨 뒤 5~10초가 지난 뒤 천천히 이완하는 것이다. 특히 얼굴 전체나 눈주위 등이 효과가 높다.

위기대처 요령을 미리 익혀두는 것도 필요하다. 영동세브란스 정신과 천근아 교수는 "모의고사를 치르면서 겪었던 상황들 중에서 당황할 만한 것을 미리 뽑아 예행연습을 해보는 것도 시험당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병적일 정도로 긴장을 하는 학생은 정신과의사의 상담을 통해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고종관 의학전문기자

kojok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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