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DJ 국정 통제력 상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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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가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 통제력 상실을 비판했다.

검찰·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권 줄서기, 기강 해이를 거론함으로써 우회적으로 金대통령의 국정운영 책임도 지적했다. 30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서다.

그는 "중요한 국가기관 내부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줄서기가 시작되고 극단적 눈치보기가 이뤄지는데, 대통령이 통제력을 상실한 것 같다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국가기강이 이래서야 나라가 제대로 되겠느냐"고도 했다.

그러면서 盧후보는 "대통령도 임기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공정한 수사를 하는 데 대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으니 검찰의 이완에 대해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金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공개 압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盧후보가 검찰 수사를 촉구한 사안은 ▶병풍(兵風)▶기양건설 비자금 의혹▶현대전자 주가 조작▶대북 4천억원 지원설 등 모두 경쟁 후보들과 관련된 부분이다.

그간 盧후보 진영 내에선 신기남(辛基南)·천정배(千正培)의원처럼 확실한 차별화를 주장하는 견해와 신중론이 대립해 왔다. 일단 盧후보의 발언은 수위 조절을 하는 선에서 조심스럽게 千의원 등의 주장에 기우는 인상이다.

당초 盧후보는 28일 정대철(鄭大哲)·조순형(趙舜衡)·정동영(鄭東泳) 공동선대위원장, 김원기(金元基)고문과 만나 기자회견을 결정했었으나 29일 취소했다. 그러다 결국 다음날 간담회로 대체하는 결정을 내렸다. 위험부담이 큰 탓에 고심을 거듭한 것이다.

이와 달리 한나라당 입당설, 중부권 신당설 등이 나도는 이인제(李仁濟)의원에겐 포용 쪽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유화 제스처도 잇따르고 있다.

전날 盧후보가 청주를 방문해 李의원과 "같이 하고 싶다"고 말한 데 이어 정대철 선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李의원의 사무실로 찾아가 약 40분간 회동했다.

鄭위원장은 "盧후보뿐 아니라 李의원을 위해서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더니 李의원이 나더러 로맨티스트라면서 웃더라"고 전했다. 그는 "李의원이 (盧후보 측에)섭섭해 하면서도 (진로를)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李의원 측은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무심정관(無心靜觀)하겠다"고 했다.

강민석 기자 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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