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 아직 안 끝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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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본금 허위납입 수법으로 은행원을 중간에 끼고 기업사냥을 지원한 사채업자 등이 무더기로 구속된 것은 사채의 어두운 얼굴을 다시 벗긴 충격적인 사건이다.

검찰은 명동 사채업자 반모씨가 하루 3백억∼5백억원의 자금을 운용하면서 지난해 8월부터 1년여 동안 은행원들과 짜고 회사설립 자본금이나 증자대금을 허위로 빌려주어 부실법인을 양산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 과정에서 반씨는 G&G그룹회장 이용호씨에게 레이디가구 유상증자를 위한 가장납입금 3백억원과 태양금고 실소유주 김영준씨에게 코스닥기업 인수대금 등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냈다. 사채업자의 검은 돈이 은행직원·기업가로 연결되면서 범죄를 배태한 것이다. 검찰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런 방법으로 이용호씨 등은 돈 한푼 안들인 채 자본금과 주식을 고무줄같이 늘리며 주가조작 등 사기행위를 벌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주금가장 납입수법은 새로 설립되는 기업의 상당수가 이를 동원하고 또 그 뒷돈으로 사채가 이용되고 있음은 이미 알려진 비밀이다. 이 때문에 실제 자본금이 없거나 허약한 깡통회사가 양산돼 경제교란은 물론 각종 사회범죄의 온상이 돼 왔다.

마침 사채를 양성화하자는 대부업법도 엊그제 시행된 만큼 정부는 사채업자들의 등록을 독려하고 불법영업을 막는 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수사결과 주금가장 납입에 연루된 1만여개 기업에 대해선 이들과 관련된 각종 비리 여부를 파헤쳐야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남는 의문은 이번 사건에 동원된 돈의 배경과 주가조작 사건으로 꼬리가 잡히면서 정·관계 인사들이 거미줄처럼 얽혀들었던 이용호 게이트의 주인공이 어떻게 이 사건에도 등장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반씨를 두고 그가 검찰의 발표처럼 짧은 시간에 '명동 최대의 사채업자'로 성장한 배경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검찰은 단순한 사건 적발에 그칠 게 아니라 자금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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