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배후지목 황당" 정몽준 "정황증거 확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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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과 '국민통합21' 정몽준 의원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도쿄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鄭의원이 한나라당 배후설을 주장하면서 오가는 말들이 거칠어졌다. 한나라당은 29일 李전회장 발언의 배후 조종자로 지목된 데 대해 발끈했다. 이회창 후보까지 나서 배후설을 부인했다. 李후보는 이날 YTN TV토론에서 "배후 얘기는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鄭의원이 당황한 것 같다"고 말했다. 鄭의원의 국정조사 요구에 관해선, "그 자신이 진실을 밝히기 원하니 그렇게 될 것"이라고 수용방침을 시사했다.

김영일(金榮馹)총장은 성격까지 거론하며 鄭의원을 공격했다. 그는 "주가조작으로 위기에 몰린 鄭의원이 물귀신 작전으로 우리당을 끌고 들어가고 있다"며 "주가 조작설의 진실은 누가 지시하고 누가 1천3백억원의 시세차액을 챙겼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金총장은 鄭의원의 특검제 요구에 대해서는 "대선을 50일 앞둔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곤란하다"며 "급하니까 쪽박으로 소나기를 피하겠다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이에 맞서 鄭의원은 전날에 이어 이익치 발언의 배후로 한나라당을 재차 지목했다. 그러면서 여러 정황증거를 열거했다. "미국에 있던 李전회장이 갑자기 일본에 왔으며 정체불명의 인물이 도쿄 특파원들에게 기자회견을 통보하고 신원도 안밝힌 채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사실 등으로 미루어 많은 사람과 사전에 상의한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鄭의원은 또 "우리 정치 풍토가 심하리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낡은 정치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정체를 폭로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더불어 국정조사와 특검제를 다시 한번 요구했다.

민주당은 양쪽간 싸움을 즐기는 모습이다. 정대철(鄭大哲)선대위원장은 "주가조작 사건의 실상은 제대로 밝혀져야 하며 동시에 한나라당의 선거공작이 아닌지도 규명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남정호 기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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