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교·광교 원래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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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청계천을 흐르는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바닥에 차수막을 깔자. "

"청계천에 놓여 있던 옛날 다리를 원형대로 되살리자. "

서울 청계천 복원에 앞장선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쏟아냈다.

대학교수와 시민단체 회원 등으로 구성된 '청계천복원 시민위원회'(공동위원장 권숙표)는 25일부터 이틀간 강원도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첫 세미나를 열었다. 이 위원회는 서울시의 정책심의기구로 청계천 복원의 밑그림을 그리고 조언을 하는 역할을 한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청계천 복원은 서울의 문화적 창조와 환경 복원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도읍을 새로 만든다는 각오로 지혜를 모으자"고 다짐했다.

◇옛 교량 복원=세미나에서는 광교와 수표교·장통교와 같은 역사를 간직한 다리와 석축의 원 모습을 그대로 살려 본디 위치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위원들은 "지하에 파묻힌 광교를 발굴하고 장충단 공원에 옮겨져 있는 수표교를 제자리에 가져와야 한다"며 "장통교·효경교·굽은다리 등 없어진 조선시대의 다리들도 고증을 통해 원래의 모습을 되살려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동양(한국교원대)교수는 "수표교 다리밟기와 연등행사 등 전통 문화를 재현해 서울의 궁궐·4대문 등 문화유적과 연계,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다음달 하순 청계천 복원을 위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하는 한편 고증과 현장조사 등을 거쳐 옛 다리의 구체적인 외관과 위치를 밝혀낸 뒤 청계천 복원과 병행해 2004년께 설치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는 이와 함께 차량이 통행하는 교량들을 광교네거리와 삼일빌딩 앞 등 기존 교차로 14곳에 놓기로 했다. 이 교량들은 국제 현상공모를 통해 지역의 특성과 역사성을 반영한 테마별 교량으로 설치된다.

◇청계천을 자연공원으로=시민위원들은 청계천을 본래의 생태환경에 가깝게 회복시키고 청계천의 수중과 수변에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의 마련도 촉구했다.

청계천의 용수(用水) 확보에 대해서는 한강에서 펌프로 물을 끌어다 흘려보내는 방법 대신 청계천 상류에 하수처리장을 만들어 여기서 처리된 물을 안정적으로 하류로 흘려보내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또 현재의 교보빌딩 자리에 있었던 중학천과 백운동천 등 청계천의 소규모 지천을 복원해 용수를 조달하고 청계천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소규모 댐을 건설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와 함께 청계천 물이 하류로 갈수록 줄어들지 않도록 하천에 차수막을 깔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시민위원회는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에 청계천 상류지역의 용수공급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의뢰하고 대기·소음 정도를 분석해 청계천을 친환경적인 도심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충분한 상인 대책 당부=시민위원회는 내년 7월로 예정된 청계천 복원 시기와 관련, 좀더 충분한 논의를 거쳐 착공 시기를 정하도록 서울시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30년 전 복개한 청계천을 복원하는 사업을 30년 뒤 다시 손질하는 악순환이 반복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1천년을 내다보고 경제·문화·교통 등에 대해 충분한 협의를 한 뒤 복원에 나서겠다"고 답변했다.

사업 추진에 최대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청계천 주변 상인 보상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졌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청계천 주변의 상가를 철거하지 않는다고 상인들의 피해가 없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며 "청계천 복원공사가 진행되면서 발생할 상인들의 영업상 손실 등에 대한 보상 기준과 범위 등에 대해 진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청계천 복원을 광교 교차로에서 시작해야 할지, 동아일보사 앞 건널목에서부터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손해용 기자

hysoh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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