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인질극 '화학무기 진압'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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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모스크바=안성규 기자] 모스크바 돔 쿨트르이 극장 인질극을 진압하기 위한 러시아 특수부대의 작전으로 숨진 민간인 인질 1백17명 중 1명을 제외한 전원이 독가스에 중독돼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이번 진압에 신종 화학무기를 동원해 막대한 인명피해를 초래했다는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계기사 11면>

모스크바시 보건책임자 안드레이 셀초프스키는 27일 "진압 작전 과정에서 숨진 인질 1백17명은 총상으로 숨진 1명을 제외한 1백16명 전원이 러시아군이 극장 내에 투입한 독가스에 중독돼 숨졌다"고 밝혔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특수부대는 26일 오전 5시20분(한국시간 오전 10시20분)쯤 체첸 반군들이 8백명 이상의 인질들을 억류하고 있던 모스크바의 돔 쿨트르이 극장에 진입, 40여분 만에 반군들을 진압해 57시간에 걸친 인질극이 종료됐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4명을 포함, 인질 1백17명과 테러범 50여명 등 1백70여명이 숨지는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러시아군이 투입한 특수가스 때문이란 지적이 일었으나 러시아 정부는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지 않아 논란을 빚어왔다. 풀려난 인질 7백여명 중 최소한 6백46명이 시내 병원에 이송됐으며 이 중 1백50여명이 중태여서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러시아 정부는 "범인들이 인질 2명을 사살한 직후 진압작전을 개시했다"고 발표했으나 풀려난 인질 일부는 "러시아 특수부대가 먼저 가스를 주입하며 극장에 진입했다"고 주장, 과잉진압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많은 인질이 희생된 것과 관련, 26일 밤 대국민 연설을 통해 "모든 인질을 구할 수는 없었다.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28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ask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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