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와 말썽꾸러기의 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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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눈망울에 화낼 줄 모르고, 미워할 줄 모르는 아이. 그러나 다른 아이들에게는 "바보"라고 놀림받던 천덕꾸러기 재덕이. 동화작가 이금이씨는 11년 전 썼던 단편 '내 친구 재덕이'의 재덕이를 다시 불렀다. 재덕이가 동네 말썽꾸러기 명구와 친구가 될 때쯤 재활원으로 가게되는 전작의 마무리가 마음에 걸려서였다고 한다. 그래서 '내 친구 재덕이'에 덧붙여 '우리 동네 재덕이''내 마음 속의 재덕이'를 새로 써서 동화집 한 권을 만들었다. 명구는 재덕이 같은 바보가 한 동네 아이라는 사실이 창피하지만, 막상 안 보이면 "그 바보가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궁금해 하는 아이다. 세 편의 연작 동화는 명구와 재덕이의 열릴 듯 말 듯한 관계를 다루고 있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일어났다고 명구가 갑자기 마음을 고쳐먹고 재덕이에게 착하게 굴지도 않는다. 고작해야 재활원에 가는 재덕이를 향해 마음속으로만 '재덕아…'라고 할 뿐이다. 마지막 편인 '내 마음속의 재덕이' 끝부분에 가서야 "형과 동생처럼 다정해 보이는 두 그림자"로 두 아이를 묘사해 그들간의 우정을 어슴푸레 내비친다.

홍수현 기자 shi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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