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는 힘 네트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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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B1에서 이어집니다) 그 첫번째 도미노는 1998년 코넬대 스티븐 스트로가츠 교수와 그의 대학원생 던컨 와츠가 컴퓨터를 통한 모델링작업을 통해 '할리우드 영화계가 좁은 세상이론으로 설명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이었다. 그들은 잘 짜인 네트워크 연결에서 몇 가닥만이라도 엉뚱하게 가지를 뻗으면 거대한 사회가 몇 단계만에 누구에게든 도달할 수 있는 '좁은 세상'이 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보다 실제적인 네트워크에 관한 이해는 『링크』의 저자인 앨버트 바라바시 교수와 그의 동료들에 의해 얻어졌다. 그들이 실제 네트워크들의 특성을 분석해 밝혀낸 공통점은 '주변의 점들과 유독 많이 링크된 점'(허브)들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야후나 '다음' 같은 인기 사이트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바라바시 교수는 그것이 네트워크가 끊임없이 성장하며, 새로 생긴 점들은 이미 링크가 많이 돼 있는 기존 점들에 링크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실제 네트워크들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동적인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호기심으로 시계를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지 못해 쩔쩔매는 어린아이처럼, 20세기 현대과학은 자연을 쪼개고 분해해 구성요소들을 나열해 놓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그것을 다시 어떻게 조립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해답을 주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네트워크 과학은 20세기 현대과학이 펼쳐놓은 부품들을 조립해 이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해줄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이제 앞으로 네트워크 과학자들에게 남겨진 숙제는 그들이 얻은 이론적 지식을 경제나 생물 시스템 등에 구체적으로 적용해봄으로써 자신의 이론을 검증 받는 일이다. 좀더 길게 보자면, 환원주의 물리학(입자)과 복잡성의 과학(네트워크)이 하나가 되어 자연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일, 그것이 이번 세기에 물리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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