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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부활 꿈… R&D에 사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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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일본 도쿄(東京)인근의 도시바 오메(靑梅)공장 1층에는 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전시품 중에는 책상 크기만한 일본 최초의 워드프로세서(1978년 개발)와 세계 최초의 노트북PC(85년 개발)도 보였다. 안내를 맡은 후지이 유키히로(藤井孝洋) 부장은 "도시바는 위기 때마다 신기술로 정면 돌파했다"고 말했다. 오메 공장은 도시바의 10개 사내 기업 중 주축인 디지털미디어네트워크사의 핵심시설. 이 공장은 첨단 연구개발 기능을 수행하면서 중국·필리핀·독일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도시바 생산기지의 헤드쿼터(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위기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기술개발=정보기술(IT)산업 불황의 파고는 1백27년 역사의 도시바도 비껴가지 않았다. 2001 회계연도의 매출은 5조3천9백40억엔으로 전년도에 비해 9.4%가 줄었고, 적자도 사상 최대인 2천5백억엔을 기록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도시바는 지난해 8월 '2001 액션 플랜'이라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구조조정안의 핵심은 조직합리화를 통한 원가 절감과 경쟁력 강화.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이미 2천억엔의 자산을 줄였다. 또 당시 18만8천명에 이르는 인력을 내년 초까지 10% 가량 줄이기로 했다. 경쟁력을 잃은 범용 D램 사업에서도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구조조정과 통합축소 속에서도 도시바는 기술개발에는 역량을 아끼지 않고 있다.

도시바 관계자는 "상황이 어렵지만 미래 대비를 위해 매출의 7∼8%를 연구개발(R&D) 분야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룹 차원에서 역량을 집중하는 곳은 이동전화·PDA·노트북PC·디지털 가전 등의 분야. 도시바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26만색 유기EL 디스플레이와 휘어지는 대형 액정화면을 개발한 데 이어 현재 라디에이터를 활용한 수냉식 노트북, 메탄올을 이용한 연료전지를 개발 중이다. 과거 주력 부문이었던 반도체에서는 D램 대신 플래시 메모리나 시스템 LSI(대용량집적회로)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시장에 큰 관심=94년부터 2000년까지 7년 연속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던 도시바 노트북은 공격적 마케팅을 펼친 델(DELL)에 밀려 지난해 2위를 기록했다. 정상을 탈환하기 위해 도시바가 공을 기울이고 있는 곳은 아시아 시장. 이 중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특히 크다.

한국의 노트북 시장은 2005년까지 연평균 41%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되기 때문이다. 소니나 후지쓰 등 자국 경쟁사에 비해 한국 진출이 늦은 도시바는 지난해 말 한국법인을 설립한 뒤 공격적 영업으로 6개월 만에 시장점유율을 5%대로 늘리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도시바 디지털 미디어 네트워크의 PC담당 부사장 마에다 요시히로(前田義廣)부사장은 "내년에는 삼성 등 기존업체의 벽을 뚫고 시장점유율을 10%대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도시바는 노트북 이외에도 PDP TV, DVD 등의 디지털 영상가전과 디지털 카메라, 프로젝터 등 다양한 제품들을 한국에 들여와 본격적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도쿄=이현상 기자

lee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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