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장쩌민 25일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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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이 22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江주석은 시카고·휴스턴·샌프란시스코를 거쳐 텍사스주(州) 크로퍼드에 있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목장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이번 양국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는 북한 핵문제다. 그러나 양국 정상이 풀어야 할 숙제는 그밖에도 많다.

우선 지난해 4월 중국 남중국해 상공에서 발생한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 충돌사건 이후 얼어붙은 양국간 군사교류의 부활 문제가 시급하다. 중국으로서는 군사기술교류와 공동군사작전 등 미국과의 군사교류가 절실한 실정이다. 미국과의 군사교류를 통해 미국의 첨단기술을 직접 피부로 경험하는 것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전력 향상에 적지 않은 자극제가 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작전지역으로 간주하고 있는 서남아시아·인도양·남중국해 일대에서 영토 분쟁과 군사적 마찰의 위험이 높은 것도 중국이 미국과의 군사적 유대관계를 희망하는 이유다.

미·중간 빼놓을 수 없는 의제가 대만 문제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21일 "미국은 대만의 독립세력들을 부추겨서는 안될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언급이다.

중국은 이번 기회에 대만 문제에 관해 미국과 분명한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각오를 굳힌 듯하다. 양제첸(楊潔錢)주미 중국대사는 최근 워싱턴을 겨냥해 "대만 독립분자들이 초래하는 해로움과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그들에게 부적절한 신호를 보내는 것을 중단함으로써 중국의 평화 통일 실현에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길 희망한다"는 당부를 전달했다.

이밖에도 소수민족·인권·정치범·탈북자 문제 등 양국이 풀어야 할 숙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江주석의 입장에서 이번 방미의 진짜 중요한 목적은 자신의 정치적 위상 강화다. 다음달 8일 개최될 제16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6大)를 앞두고 江주석은 현재 정치적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상태다. 개혁파들로부터 퇴진 압력이 거세기 때문이다.

따라서 江주석으로서는 이번 방미를 통해 자신의 외교 업적을 화려하게 부각시킴으로써 국내의 반발을 잠재우고 자신의 위치를 확실하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설사 총서기와 주석직을 내놓더라도 '실질적 최고 지도자'의 위치를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서는 '역사적 지도자'란 이미지를 인민들에게 심어놓는 게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방미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적지않은 성의를 보였다. 지난 8월 미사일 기술의 대외 수출 규제조치를 마련해 발표했으며, 21일에는 생화학 기술의 수출을 규제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까지 마련해 발표했다. 江주석의 집념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진세근 기자

skjin@joongang.co.kr

▶10월 22일 시카고 도착

미국 정계 인사와 보잉 항공사 최고경영자 면담

▶23일 휴스턴 도착

미 항공우주국(NASA) 방문

▶24일 텍사스 도착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면담, 대학 방문

▶25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개인농장 방문

미·중 정상회담, 오찬, 기자회견

▶26∼27일 멕시코시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10여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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