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ine HOtline] 자칫하면 다치는 블로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최근 한 방송사 기자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기업체 간부에게서 명품 핸드백을 받았다가 돌려줬다고 양심고백을 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또 한 신문사 기자는 블로그에 올린 여성 아나운서의 비하 글 때문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두 사건의 경위는 다르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한 필화(筆禍)라는 공통점이 있다. 블로그란 쉽게 말해 자기 맘대로 글을 올리는 개인사이트다.

그런데 왜 이처럼 사적인 공간에 쓴 글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것일까. 블로그가 갖는 미디어적 성격 때문이다. 작성자가 공인인 경우에는 파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블로그는 사적 공간이지만 콘텐트를 불특정 다수가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1인 미디어'라 불린다. 개인의 목소리와 시각이 담겨 있는 대안 미디어적 성격을 갖고 있다. 블로그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9.11 테러 때부터. 테러 현장 사진과 동영상 등이 이를 통해 전 세계로 급속히 퍼졌다. 생생한 체험에 속보성까지 갖춘 블로그 뉴스는 기존 언론을 압도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는 '살람팍스'라는 필명의 블로거가 바그다드의 현황을 전 세계로 생생하고 신속하게 전달해 블로그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최근에는 쓰나미가 닥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은 블로그가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03년 하반기부터 블로그 열풍이 불었다. 블로그 사이트와 포털 사이트가 앞다퉈 이 서비스를 시작, 지금은 네티즌 3명에 1명꼴로 블로그 또는 미니 홈피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인들이 블로그를 통해 선거활동을 하고, 기업들이 블로그를 홍보.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젠 뉴스도 아니다.

그러나 블로그 문화의 이면에는 그림자도 짙다. 미국 등에서는 블로그가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반면 국내 블로그들은 가십성, 비방성 콘텐트의 비중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김지수 연구원은 "무분별한 가십성 콘텐트들이 정보의 홍수를 이루고, 유명인들의 블로그에 비방글이 넘쳐나는 것이 우리 블로그 문화의 부정적 측면"이라고 꼬집었다.

허락도 없이 남의 글이나 사진 등을 자신의 블로그에 가져오는 '펌' 행위도 저작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싸이월드 강영섭 과장은 "인터넷 콘텐트는 공짜라는 잘못된 인식이 자칫 화를 자초할 수 있다"며 "블로그 콘텐트를 건전하게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센터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