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세계지식포럼서 한국증시 상반된 견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달러화와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한국의 주력 산업이 타격을 받게 되고 이에 따라 주식시장도 앞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케네스 커티스 골드먼 삭스 아시아 담당 부회장)

"한국의 현 상황이 구매력을 가진 중산층이 팽창하던 미국의 1960∼70년대와 비슷한데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강한 체질도 얻었기 때문에 증시 전망이 밝다."(손성원 웰스파고 은행 부행장)

아시아 시장에 정통한 두 금융 전문가는 17일 한국 증시의 중장기 전망에 대해 서로 상반된 견해를 밝혔다. 매일경제가 주최한 세계지식포럼에서다.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은.

▶커티스:장기 성장이 예상되는 중국을 제외하고 일본·유럽의 경기침체는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수치가 나쁘지만 앞으로 12∼14개월 동안 2.5∼3% 성장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세계경제 상황이 그리 탄탄한 것은 아니다.

▶손:공감한다. 미국은 강한 달러를 기반으로 그동안 성장해왔으나 앞으로는 더이상 이에 의지하기 힘들 것이다.

-세계 증시는 어떻게 봐야 하나.

▶손:시장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하이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고평가된 것이 문제다. 기업들의 수익전망도 밝지 않다. 그동안 기업들은 가격을 올리면서 수익성을 유지해왔지만 더이상 그럴 상황이 아니다. 주가는 현상에 비해 과도하게 움직이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증시 침체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커티스:현재 세계 증시는 장기 조정국면에 들어갔다. 동아시아 증시는 올 상반기까지의 상승추세가 끝났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응해 각국 중앙은행이 부양 조치를 취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증시는.

▶손:낙관한다. 미국의 1960∼70년대와 비슷한 상황이다. 구매력을 가진 중산층이 활성화되고 있고 한국 제품에 대한 평가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 투자자가 많지 않아 시장이 불안정한 것은 우려된다. 디플레에 대비해 금리인상을 고려해야할 시점이다.

▶커티스:앞으로 1∼2분기 더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 때문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며 엔화 약세로 자동차·전자 등 한국의 주력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홍병기 기자

klaat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