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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공주 '행정중심도시'로 굳어가는데 …] 풀어야 할 숙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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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충남 연기.공주 지역을 항공 촬영한 모습.

신행정수도의 대안으로 충남 연기.공주 일대 2110만평에 행정중심도시를 세우는 방안이 사실상 굳어지고 있다. 국회 신행정수도후속대책특위에서 구체적인 대상까지 합의하진 않았으나 행정 부처들을 이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정부 신행정수도후속대책위도 12일 3차 전체회의에서 단일안을 마련하지 않고 국회 특위 지원에 주력하겠다고 밝히긴 했으나 내부적으론 행정중심도시 정도면 무난하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반대 여론도 형성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건설비용과 위헌 논란, 이전 기관 범위 등 아직 변수가 많아 최종 결정과 추진까지는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또 행정중심도시가 완성되더라도 국정의 효율을 어떻게 꾀하느냐가 숙제다.

*** 건설비 문제는 45조 넘으면 논란

◆ 건설비.이전기관 논란=대책위는 신행정수도를 세울 때의 건설비(45조6000억원)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건설비가 이보다 더 들어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 지난해 신행정수도 추진 때처럼 건설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국회 특위에서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은 소모적 논쟁을 피하기 위해 '비용상한'을 특별법에 담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독일이 과거 본에서 베를린으로 수도를 이전할 때 비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억마르크 상한제를 도입한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가 특별법을 통해 비용상한선을 정하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상한선을 넘길 경우 국회의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 기관의 범위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정부안에 따르면 행정중심도시의 이전 대상 기관은 신행정수도안(청와대와 18부4처3청)에서 청와대와 3개 부처(외교통상부.통일부.국방부)만 빠진다. 한편 이광윤 성균관대 교수는 "정도의 문제이긴 하지만 행정의 중추기능이 서울을 벗어나면 헌재의 결정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국정 효율성은 청와대 분소 필요

◆ 국정 효율 논란=서울과 연기.공주 간의 거리는 120km 안팎이다. 앞으로 정보통신기술과 교통수단이 발달하더라도 행정의 효율성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부처 간, 행정부처와 청와대, 행정부처와 국회, 행정부처와 민간 간의 업무처리에서 모두 효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황희연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국회와 청와대를 서울에 둔 상태로 중앙부처 대부분을 충청권으로 옮길 경우 행정 효율성이 어느 정도 저하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분소(分所)를 연기.공주에 두자는 견해도 있다. 한국행정연구원 강정석 혁신변화관리센터소장은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나 경제장관회의를 위해 청와대 분소를 연기.공주에 설치해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대통령과 연기.공주로 가는 국무총리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대통령은 외교.국방, 국무총리는 경제 등 내정을 책임지는 이원집정제적 국정운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강 소장은 "이원집정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책임총리제가 강화되고 대통령제가 분권형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수도권 분산은 규모 작아져 미흡

◆ 수도권 분산 효과= 정부안대로 행정중심도시를 연기.공주지역에 세우면 공무원은 1만4000여명이 수도권에서 옮겨간다. 이에 따라 20여배의 승수효과가 발휘돼 인구 32만여명 규모의 행정중심도시가 탄생할 전망이다. 물론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 당시 자족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계획한 50만명에는 미치지 못한다. 추가적인 도시 서비스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수도권에서 50만명을 분산시킨다고 해서 수도권 과밀 현상이 하루아침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행정중심도시 이전과 병행해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해 수도권 인구를 추가로 분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190개 안팎의 공공기관이 지방이전 기관으로 분류돼 있다. 정부는 시.도별로 평균 10여개 기관을 배치할 계획이다. 행정중심도시 자체보다는 공공기관 이전과 이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이 수도권 분산의 관건인 셈이다. 정부는 행정수도 대안,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지방화 추진 속도에 맞춰 수도권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허귀식 기자<ksline@joongang.co.kr>

*** 충청권 주민들 "4월 보선 의식해 대안 서두르나"

연기.공주를 포함한 충청권 주민들은 '행정중심도시'건설 방안이 다소 미흡하지만 장기적으로 신행정수도 추진이 전제된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 관련 부처 등 실질적으로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관을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면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보였다.

염홍철 대전시장 및 심대평 충남도지사, 이원종 충북도지사는 지난 10일 신행정수도 범충청권협의회 첫 회의에서 "비록 신행정수도 건설의 완성 시기를 장담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원안대로 모든 정부기관과 국회가 이전하는 것을 전제로, 그 전 단계로서의 대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심 지사는 "단순히 자족도시를 건설한다든지 행정중심도시로 대체하려는 대안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우선 연기.공주 지역 2110만평의 땅을 사고, 2단계로 모든 국민을 설득한 뒤 3단계로 당초 안인 신행정수도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제선 신행정수도 범충청권협의회 공동집행위원장은 "정치권의 행정중심도시 안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여야 단일안이라는 점과 실행력 차원에서 보면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할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는 외교안보부처에 경제부처마저 떼낸다면 산하 공기업 이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고, 따라서 (행정중심도시 안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후속 대책 마련 움직임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4월 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충청권 달래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연대 사회개혁실천국장은 "여야가 합의한 대안이 시행 과정에서 국가 균형 발전과 당초 취지에 어긋나는 방향으로 진행되면 충청권 주민들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행정중심도시 건설 방안이 알려지면서 충청권 부동산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연기.공주지역은 급매물이 사라지고, 뜸했던 투자자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조한필 기자<chopi@joongang.co.kr>

*** 부처 옮겨가면 세종로.과천 청사 팔까 임대할까

행정중심도시 안이 신행정수도 대안으로 확정되면 과천 청사에 입주한 모든 부처와 세종로 중앙청사에 있는 국무총리실.행정자치부.교육인적자원부.여성부 등이 옮겨 갈 전망이다.

올 초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이전하는 곳의 활용 방안에 대해 "매각하는 것이 원칙이나 이해 관계자의 입장에 따라 논란의 소지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세대 김홍규(도시공학)교수는 지난해 5월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과 한국토지공사의 의뢰로 작성한 '수도권 이전 적지 활용방안'에서 과천청사에 대해 크게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정부가 계속 과천청사를 갖고 있으면서 벤처기업에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해 수도권 남부 지역의 벤처단지로 만드는 방안이다. 둘째는 지자체에 넘겨 종합병원과 쇼핑센터 할인점 등 주민 편의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셋째 안은 민간 자본을 유치해 지식기반산업과 다국적기업의 연구개발센터로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과천시는 부정적 반응이다. 과천시 관계자는 "만약 정부 청사가 과천에서 이전할 경우 시가 자족기능을 갖도록 대기업 본사나 대학을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정부 안이 확정되면 합리적인 활용 방안을 구체화해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세종로 중앙청사 활용 방안에 대해 ▶국제 비정부기구(NGO)센터 조성 ▶공원 및 구 문화센터로 활용 ▶본관은 상업.업무지구, 별관은 컨벤션센터 및 국제회의장으로 활용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러나 행정중심도시 안에서는 외교통상부.통일부가 그대로 남아 전체 청사를 처분할 수는 없다. 대신 외교부가 들어 있는 별관에 외부 건물을 쓰고 있는 정부 관련 연구기관을 입주시키고, 총리실.행자부 등이 이전하는 본관은 민간에 매각하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원배 기자<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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