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區는…"소음 멀리… 노인 깍듯이… 살빼기 함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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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뚱보 없는 구(區) 만들기, 시끄러움과의 전쟁 선포, 살맛나는 실버세상 구현…'.

서울시내 일선 구청들의 톡톡 튀는 구정(區政) 아이디어가 주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내 25개 구청 중 13곳에서 새로운 구청장이 등장함에 따라 참신하고 파격적인 정책 개발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경실련 박완기(朴完基)지방자치국장은 "지방자치의 원래 취지가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데 있는 만큼 긍정적인 변화"라며 "다만 전시성·일회성 이벤트로 변질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음·담배연기 추방=성북구는 최근 '소음없는 구를 위한 전쟁'을 선포했다.관내 재개발·재건축 공사장이 32곳에 달하는 등 공사장 소음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구는 동별로 10명 안팎의 '소음 감시 순찰대'를 편성하고 소음을 유발하는 공사장의 작업 시간은 오전 8시∼오후 6시로 제한했다. 1만㎡가 넘는 사업장 25곳에는 자체 소음측정기를 설치토록 하고 소음 대책을 이행하지 않을 때는 감리자와 건축공사 관계자를 행정조치할 방침이다. 또 음식점·레코드점·상가 등에서 외부로 설치해 발생하는 확성기 소음도 금지키로 했다. 주택가 등의 행상에 의한 확성기 소음도 단속 대상이다.

서찬교(徐贊敎·59)구청장은 "소음은 이미 공해를 넘어 폭력"이라며 "소음 줄이기 운동을 범구민 운동으로 확산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성북구는 이와 함께 금연을 위한 3S(Stop Smoking in Seongbuk)운동을 펼치기로 하고 관내 모든 공공기간 건물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금연운동의 실효를 거두기 위해 금연캠페인을 벌여나갈 서포터스도 위촉하고 자치구 최초로 금연을 규정한 구 조례를 제정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교환 근무=지난 8∼11일 반부패국민연대 직원 3명은 4일간 중구청에서 근무했다. 대신 구청 직원 3명은 15일부터 3일간 국민연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직접 구정에 참여, 공무원들을 이해하고 공무원들은 시민단체 근무를 통해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서로 교환근무를 실시한 것이다.

교통지도과에서 주차단속 업무를 본 국민연대 한종만 사무국장은 "과태료 고지서를 발급하는 입장이 돼보니 주차단속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됐다"며 "과태료를 10일 이내에 납부하면 할인해 주는 등 인센티브를 주면 납부율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비만과의 전쟁=강서구는 '날씬한 강서구민 건강한 우리 강서'라는 구호아래 구민들의 몸무게 줄이기에 나섰다. 비만을 예방하기 위한 운동과 식이요법, 스트레스 관리 등은 혼자 하기 어렵기 때문에 구 차원에서 운동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다이어트 정보를 제공하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체중에 관심을 쏟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유영(兪煐·54)구청장은 "조사 결과 강서구민의 규칙적인 운동 실천율과 적정 체중 인구비율이 모두 서울시 평균을 밑돌았다"며 "내년 말까지 모든 구민의 체중과 건강상태에 알맞는 건강관리 인프라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구는 나이별 표준체중 등의 정보를 담은 건강수첩 1만부를 제작, 배포하고 이대 목동병원과 한국건강관리협회·강서구 한의사회 등과도 연계해 체중관리 사업을 펼쳐나갈 방침이다.

◇노인들의 삶의 질 높이기=송파구는 '살맛나는 실버세상 만들기'를 주요 정책의 하나로 내놓았다.이를 위해 점심을 거르는 노인들을 위해 경로당에 매일 반찬거리를 배달하는가 하면 노인 4백75명을 '골목호랑이 할아버지'로 뽑아 골목과 어린이 놀이터의 관리를 맡기는 등 소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골목길 관리를 맡은 노인들에게는 하루 5천원씩 수당을 준다.

노인들이 정보화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컴퓨터교육을 확대하고 경로당에 컴퓨터 보내기 운동도 펼치고 있다. 또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컴퓨터 경진대회'나 페이스페인팅·댄스경연 등을 펼치는 '노인문화제' '어르신 스마일 사진 콘테스트' 등 다양한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송파구가 이렇게 노인복지에 관심을 갖게된 데는 이유택(李裕澤·63)구청장의 경로당 체험이 밑거름이 됐다는 후문이다.李구청장은 1998년 3월 광진구 부구청장에서 퇴임한 후 2000년 6월 보궐선거로 송파구 구청장에 당선되기 전까지 2년여 동안 경로당을 자주 찾으면서 노인들의 고통을 실감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이색 행정=서초구는 아파트 단지 조경을 위해 나무병원을 운영하고 단지별 조경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숲속 아파트 만들기'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도봉구는 서민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거주지우선주차요금·쓰레기봉투값 인하' 대책을 내놓았고 종로구는 탑골·종묘공원을 찾는 노인들이 많은 점을 감안해 '웃어른을 공경하는 종로인 되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 밖에 강남구는 대학이 없는 8학군에 미국 스탠퍼드대 온라인 석사과정을 유치하기도 했다.

이지영·김필규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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