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도시락' 징계불구 네티즌 분노 일파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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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 아동들에 제공된 서귀포의'부실 도시락'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서귀포시가 이날 담당 공무원 징계와 도시락 구입처와 배포방식에 대한 긴급 개선책을 내놨지만 정부기관과 언론사 사이트 등에는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서귀포 시청 홈페이지의 경우 부실 도시락의 존재가 알려진 10일 이후 전국에서 300여건 이상의 항의글이 쇄도했다. 이 게시판에서 학부로라는 한 네티즌은 "자기 자식에게는 차마 못먹게 할 도시락을 어린것들에게 주는 행태를 보고 요즘 추위에 떠는게 아니라 분노에 떤다"며 "제발 정도대로만 하라"고 관련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을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은 "도시락 공급업체 변경했다고 홈페이지 올린 사진 보니까 더 화가난다. 같은 값으로도 그렇게 충분히 먹을만한 메뉴를 공급할 수 있는걸 알면서 왜 그렇게 했나.배달비니 뭐니 하는 소리는 왜 했나"며 질책했다.

여기에 타 지역에서도 서귀포에서와 비슷한 '부실 도시락'이 지급됐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네티즌들은 청와대 홈페이지 등에"부실 도시락은 일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국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정부차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네티즌 권기범씨는 잇따라 터진 부실 도시락 사건을 지적하며"저 도시락 사진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냐"고 반문한 뒤 "시공무원도 문제지만 고위층 공무원도 문제 아닙니까? 돈만 던져주면 되요?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며 정부차원의 각성을 촉구했다.

같은 게시판에 '전국적 실태조사와 완전한 개선을'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린 '박정열'씨는 "비단 제주.군산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며 "전국적으로 지역 민간 단체와 합동으로 실태를 조하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산시청과 서귀포시청에 글을 남긴 일부 네티즌 들은 "관계자들의 실명고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면서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우리 식당에 2500원짜리 도시락을 저렇게 만들어서 배달까지 요구한다면 나도 하지 않겠다. 오죽하면 사설식당에서 아무도 납품을 하지 않으려고 했겠느냐"며 '마녀사냥'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많은 네티즌들은 무엇보다 이번 사건으로 누구보다 상처를 받았을 결식 아동들을 위로하고 따뜻히 보듬는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귀포 시청 게시판에 글을 올닌 장세춘씨는" 관련자를 문책하고 도시락을 새로 단장하고 더 좋은 식단으로 만들어서 사진 올리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진정으로 아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자신의 실수를 과감히 용서를 빌 줄 아는 어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센터

서귀포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지난 7일 결식아동에게 지급한 점심 도시락 부실 문제와 관련하여, 먼저 해당 결식아동을 비롯해 사회에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서귀포시는 지난해 12월 아동급식 확대 지원계획을 수립하면서 마을별 식당 지정 및 단체 등을 통한 급식 지원 방안을 마련하였으나 희망 업체가 없는 데다 아동들도 식당 이용을 기피하여 부득이하게 시청 구내식당측과 급식이행계약을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구내식당에서는 같은해 12월 27일부터 밥을 중심으로 매일 식단을 달리하며 점심시간에 맞춰 가정마다 도시락을 배달 지급하여 왔으나, 차가워진 밥에 대한 불만 여론이 있어 29일부터는 반찬 중심으로 도시락을 제공하면서 밥을 원하는 아동에게는 기존대로 지원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난 7일 제공된 도시락은 내용물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에 대해 담당 부서의 관리·감독에 소홀한 점이 인정되어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시는 이번 일을 거울삼아 뼈를 깎는 반성 속에서 앞으로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결식아동의 입장에서 더 나은 아동급식 지원시책을 검토·개선해 나가겠으며, 담당 부서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 담당과장에 대해 직위해제를 검토하는 등 엄중 조치토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 드린데 대해 충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2005. 1. 11

서 귀 포 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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