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생존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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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코스닥 폭락과 정보기술(IT)산업 침체로 위기를 겪고 있는 벤처캐피털이 새로운 수익원 개발 및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자구책을 찾고 있다. 업체들은 수익이 나지 않는 벤처투자 대신 구조조정사업(CRC)에 힘을 쏟고 있으며, 투자영역도 IT와 영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공연·음반·학원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올들어 구조조정 투자비중을 70%까지 높이는 등 CRC 부문을 주력사업으로 설정했다. 한국기술투자도 올해 벤처투자는 2백억원에 그친 데 비해 구조조정투자는 6백40억원에 달한다. 실제 상반기까지 적자기조를 벗어나지 못하던 한국기술투자는 이달 초 청산한 2천80억원짜리 대형 구조조정 펀드인 'KTIC 리스트럭처링 펀드 1호'와 미도파 구조조정 투자에서 1백억원 이상의 수익을 남겨 연말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 서정기 팀장은 "당분간 인력과 재원을 구조조정사업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화에 집중되던 문화산업 투자도 그 대상이 다양해지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음반·공연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으며, 복권사업에 대한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인터컨티넨탈 호텔 지하의 엔터테인먼트 바 '베세토'에 7억원을 투자했다. 영화투자에 앞장섰던 일신창투는 TV 드라마와 온라인 게임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새로운 수익원 모색과 함께 몸집 줄이기도 한창이다. 세화기술투자를 흡수·합병한 무한투자가 지난 8월 말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KTB네트워크도 최근 전체 임직원 1백60명 중 약 30%로부터 희망퇴직원을 받았다.

이현상 기자 lee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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