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박사, 마작에 인생 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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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김태업(사진) 탱크소프트사장은 해운에 관련된 알고리즘개발로 미국 MIT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경영공학박사다. 대기업 간부, 대학교수, SW회사 사장을 지낸 그가 마장(將·1998년 중국정부가 마작의 공식변칭을 변경)에 빠졌다. 빠진 정도가 아니다. 아예 본업을 삼고 나섰다.

세계 마장협회(WMPA)구성, 인공지능형 온라인마장게임 '마킹'(MahKing) 개발에 이어 마장의 규칙, 전법을 담은 해설서를 직접 집필했다. 공자(孔子)창시설 등 마장의 기원서부터 고단자의 승리비법까지 다뤄 '마장의 바이블'이랄만 하다.

저자가 마장의 온라인게임 개발에 착수한 것은 96년부터다.IBM의 수퍼컴퓨터가 세계 체스챔피언을 누르자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는 것을 보고 "마작도 온라인게임으로 만들면 사업성이 있겠다"고 판단이 들었단다.

75년 해운회사에 입사한 뒤 마장에 맛을 들였으니 30년 가까운 경력에, 컴퓨터전문가인 만큼 마장을 과학화하는데 적임자였던 셈이다. "마장하면 흔히 도박을 연상하지만 동적(動的)이고 변화무쌍한 것이 매력으로,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두뇌스포츠"라는 것이 김사장의 마장 예찬론.

그는 한때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게임세트가 한해 1백50만개가 넘을 정도였던 마장붐이 시들해진 것이 나라마다, 심지어 지역이나 클럽마다 규칙이 다른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봤다. 때문에 게임개발과 병행해 세계 마장챔피언인 일본의 이데 요스케(井出洋介)와 손잡고 세계협회를 창립하고 단제(段制) 등 통일룰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제 온라인마장게임은 6년여의 노력끝에 개발이 끝나 협회홈페이지(www.wmpa.net)를 통해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번 규칙집 겸 전술서를 펴냈으니 마장중흥을 위한 큰 매듭을 지은 것이라고 자평한다.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것이 '마킹'은 세계 챔피언 이데를 눌렀고 35개국 1만8천여명이 인터넷을 통해 '마킹'을 즐긴다. 이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김사장은 이달 말 중국 닝보(寧波)시에서 열리는 세계마장대회에 옵서버로 초청받기도 했다.

그는 중국이 추진 중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마장 시범종목 채택만 성사되면 세계적 마장붐이 일 것으로 기대하면서 "중국에서 시작된 바둑이 일본에서 꽃피웠지만 세계를 석권한 것은 한국인 것처럼 마장 시장도 한국이 휩쓸 수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내년 초 대학생마장대회를 열어 본격적인 국내보급에 나설 계획이라는 저자에게 몇단이냐고 물었더니 "컴퓨터만큼 계산이 빠르지 못해 6단에 그쳤다"고 겸연쩍어 했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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