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개그 콘서트' 初心으로 돌아가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매주 월요일 저녁 여의도 KBS 별관 앞에는 20대 젊은 커플들이 길게 늘어선다. '개그 콘서트'를 보기 위한 줄인데 인기를 반영하듯 컬러 프린터로 만든 암표까지 나돈다. 얼마 전에는 긴장(?)한 관계자들이 입장권의 진품 여부를 가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개그 콘서트' 주변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위기의 시작은 책임 프로듀서가 PR비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으며 시작됐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이 프로그램의 간판 스타인 심현섭·황승환·이태식·박성호·김숙이 SBS로 스카우트됐다. 공식 확인은 안되지만, SBS 측에서 대략 20억원 가량이 건네진 것으로 보인다. SBS는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여 온 오락 프로그램에 이들을 대거 투입해 분위기를 띄운다는 생각이다. 특히 신동엽·남희석 이후를 감안해 '톡톡 튀는' MC를 미리 확보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KBS는 그동안 '개그 콘서트'에 큰 관심을 기울여 왔다. 바로 얼마 전에는 코미디 전문 CP(강영원)를 부장으로 진급시키며 개그 콘서트를 사수하라는 특명을 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개그 콘서트' 앞에 앞을 볼 수 없는 짙은 안개가 몰려 든 것이다. 그럼 '개그 콘서트'는 낙마할 것인가. 나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본다.

개그 콘서트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연기자의 눈물과 땀이다.

이들은 한 주에 5일 이상 아이디어 회의와 연습을 한다. 그러다 보니 이들에게도 권태기가 몰려왔다. 그래서 황마담도 마담 자리를 버릴 생각이고, 다른 연기자들도 개그가 아닌 MC로 활동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려는 것이다. 또 인기에 비해 낮은 수입도 이유로 작용했다.

개그 콘서트의 스타들은 오직 한 프로그램만 출연해야 했기 때문에 수입이 묶여 있었다. 그 이유로 부업을 시작한 이들도 있는데 황승환과 강성범 등이 공동 출자로 최근 강남에 카페를 차렸다.

이들은 웃음을 위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았다. 황마담은 추석 때 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고도 목발을 짚고 출연했다. '달려라 하니'의 김지혜는 처녀의 몸으로 "가슴이, 가슴이…"를 외치는 모험을 감내했다. 일부 여성단체에서는 여성을 비하하고 모독하는 일이라 말하지만 처녀가 자기 가슴으로 웃겨보겠다는데 이 어찌 가슴 뭉클한 일이 아니겠는가(지난 여름 태국 MT에서 밝혀진 사실이지만 실재의 김지혜는 이 문제로 콤플렉스를 가질 이유가 없다).

PD가 교체되고 연기자가 움직이고 소재가 고갈되고…. 개그 콘서트가 위기라고 말하지만 이를 잘 활용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스타가 된 이들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옛날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바람잡이며 무명이었다. 지금 절치부심 중인 신인연기자들을 발굴하고 기존 연기자들도 초심으로 돌아가 피땀 어린 노력을 한다면 개그 콘서트의 인기는 영원할 수 있을 것이다. 초심(初心)이 중요한 것이다.

방송작가 ksitcom@hotmail.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