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 부동산·증시대책 투기지역 양도세 2~3배 '충격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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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뒤늦게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9·4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는 데다 연말 이사철을 앞두고 있어 미리 쐐기를 박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에도 부동산 과열의 근본 원인인 '시중의 넘치는 돈' 문제를 해결하는 처방은 빠졌다.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최근 대내외 경제여건이 어려워지면서 금리를 올리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자연히 세금 쪽에 매달리며 급기야 '과격한' 대책을 내놓게 됐다.

1980년대 말 3저 호황의 끝무렵에 부동산값이 급등할 때도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이 먼저였지 이처럼 세금만 무겁게 물린 경우는 없었다.

올 연초부터 금리를 올려 돈줄을 조이며 부동산을 진정시킬 기회가 여러번 있었지만 정부가 '내수부양과 6% 성장'에 집착하다 실기(失機)한 결과다.

진작 돈줄을 조였으면 이 정도로 세금을 무겁게 물리지 않고도 부동산 과열을 막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번 조치는 정부의 실정을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돌린 것이어서 조세 저항 또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부동산 값이 오를 대로 올라 '사후 약방문'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아무튼 이번 조치는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가 6억원 이상 고가(高價)주택에 예외없이 양도세를 부과함으로써 비싼 집들의 경우 타격이 예상된다. 아무래도 양도세 문제 때문에 비싼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재경부는 시가가 6억원을 약간 넘는 주택의 경우 양도세 대상에서 빠지는 6억원 아래로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투기지역을 지정하는 조치는 서울 강남 등 특정지역의 과열을 잡는 데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실거래가에다 양도세 탄력세율을 적용해 최고 51%의 세율을 매길 경우 양도세가 지금보다 세배나 늘어 무서운 존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시가가 수시로 바뀌는 점을 감안할 때 국세청이 제한된 인력으로 그 많은 실거래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6억원 이하로 맞추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 등과 짜고 이중계약이나 뒷거래가 성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조치를 내년부터 시행하려면 소득세법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는데, 국회에서 부동산 과열에 대한 책임론 문제가 불거지면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증시대책은 주로 중장기 수요기반을 확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당장의 부양효과는 적을지 몰라도 정부가 흔들리지 않고 방향을 잘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식에 투자하는 간접투자 상품에 대해 세금을 깎아주는 조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조세 감면을 줄이기 위해 각종 비과세·세금우대 저축을 줄이는 마당에 유독 주식투자 상품에 대해 세금을 깎아줄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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