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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前대통령의'지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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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3면

우리나라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자동차를 많이 탔던 국가원수도 없을 것이다.

그가 1961년 혁명정부의 수반이 되어 79년 타계 때까지 19년간 새마을 운동과 고속도로 건설 현장 등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관계자들을 지휘·독려하는데 자동차는 가장 편리하고 빠른 발 역할을 했다. 도로사정이 원활하지 않던 70년대 중반까지 그는 주로 지프를 이용했다.

군인 시절부터 시작된 박전대통령의 지프 경력은 역대 어느 대통령도 따라 올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풍성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탄생한 제1세대 윌리스 MB형부터 카이저 M38, 케네디지프라 불렸던 M151까지 골고루 탔다. 대통령 재임 중 사용(私用)으로 두대를 갖고 있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지프에 애착을 가졌다.

박전대통령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자동차공업 육성과 고속도로 건설로 이어졌다.

자동차공업 육성정책의 첫 작업으로 62년 새나라자동차 회사를 탄생시켜 국산차 대량 생산의 물꼬를 텄다. 새나라자동차 공장 가동 초기에는 수시로 공장에 들러 생산현황을 살펴봤다. 자동차 제작 기술이나 생산 기술, 설비가 미숙했던 68년 서울의 버스전문 메이커인 하동환자동차가 베트남으로 국산 버스 20대를 수출할 때는 제작기간에 종종 공장에 들러 종업원들을 격려했다.

박전대통령은 69년부터 자동차 전용도로인 경인·경부 등 고속도로를 차례로 건설해 자동차 생활 시대를 여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고속도로 개통 뒤에는 지프를 버리고 공식 의전차인 캐딜락을 이용했다.

61년 국가 수반이 되면서 전직 대통령의 캐딜락 리무진을 이어 받았으나 초기에는 주로 서울에서만 탔다. 고속도로가 개통될 즈음 캐딜락 신형으로 바꾼 다음 타계할 때까지 의전용 캐딜락을 세번 바꿨다.

박전대통령의 가족이 탔던 독일제 벤츠 600 리무진, 이탈리아제 피아트 125, 일본 스즈키사의 미니 지프인 짐니, 미국 카이저의 CJ5 지프 등 모두 4대가 91년 일반에 공개됐다. 공개될 때까지 박전대통령의 조카가 이 차들을 보관·관리했다. 벤츠 600은 고 육영수 여사가, 피아트는 근혜·근영양이, 두 대의 지프는 박전대통령이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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