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은 지난 8월 종합금융 브랜드로 새출발하면서 파란색 둥근 바탕을 기본으로 하고 금색 무늬가 새겨진 CI(기업이미지통합)를 선보였다.신한금융그룹은 CI를 바꾸면서 1백억원을 들여 전국 5백여 지점의 간판을 교체했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신뢰를 나타내는 파란색과 프리미엄을 상징하는 금색을 활용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기업 CI에 블루 바람(靑風)이 불고 있다. 최근 주요 기업들이 CI를 교체하면서 파란색을 기본색으로 채택하고 있다.
파란색은 신뢰·젊음·순수·첨단·하이테크를 상징한다는 것. 이에 따라 신뢰를 중시하는 금융, 하이테크를 중시하는 정보기술(IT), 새출발하는 벤처, 환경친화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전통기업들이 CI를 파란색으로 바꾸고 있다.
기업은행·SK텔레콤·KTF·하이스코 등은 이미 파란색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우리은행·포스코·신도리코 등이 올들어 파란색으로 교체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CI를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심벌마크와 로고의 기본을 이루고 있는 파란색은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파란색 로고를 사용하는 은행은 산업·기업·서울·외환은행을 포함해 모두 6개로 늘어났고 삼성카드·외환카드 등 신용카드 회사와 교보생명·LG화재 등 보험회사에서도 파란색이 널리 쓰이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이처럼 파란색을 선호하는 것은 파란색이 신뢰와 전문성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데다 최근 서울시가 옥외 광고물 등의 관리법에 따라 빨간색과 검은색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 잘 띄어 간판색으로 인기가 있던 빨간색이 규제를 받는 바람에 파란색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붉은 간판이라도 이미 허가가 난 것은 그대로 허용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 광고물은 3년마다 갱신을 해야 한다. 기한이 만료된 뒤 기업들이 신청을 하면 붉은색 광고물을 허가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 미리 파란색으로 바꾸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문병오 부부장은 "옥외광고물 관리법에 따라 서울시가 한·일 월드컵을 전후해 붉은색 간판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다"면서 "지난해 말 간판 허가기간이 만료돼 새로운 색깔을 찾고 있던 중 노란색은 너무 튀고 녹색은 너무 흔한 것같아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3월 파란색과 금색을 채용한 CI를 도입했다. 기존 CI는 롯데그룹 CI를 기본으로 해 높은 인지도를 보였으나 백화점 고유의 이미지를 전달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로고는 '롯데백화점''LOTTE' 등으로 제각각 사용됐으며 컬러도 빨강·청록색 등이 복합 사용돼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정통 명문백화점의 격조와 품위를 상징하는 금색, 현대적 세련미를 나타내는 파란색을 주요 색으로 채용해 고급스러움과 신선함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KTF·데이콤 등 주요 IT업체들은 예전부터 파란색을 CI로 사용하고 있다.
중앙대도 지난달 25일 세계화·국제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상징하기 위해 기존의 녹색 로고를 청색 중심으로 변경했다. 젊은 패기와 힘차고 진취적인 이미지를 생동감있게 나타내기 위해 파란색을 사용했다고 대학측은 설명했다.
주요 기업과 대학들이 많게는 수백억원을 들여 CI를 교체하고 있는 것은 이미지 개선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옥외간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포스코는 지난 3월 사명을 포항제철에서 포스코로 바꾸며 로고의 기본색을 파란색으로 채택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첨단적이고 환경친화적인 기업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파란색을 썼다"면서 "요즘 일반인 고객들의 포스코에 대한 이미지가 딱딱함에서 부드러움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회사명과 로고를 바꾸면서 로고 색깔을 파란색으로 교체한 현대하이스코도 파란색 덕을 보고 있다.
하이스코의 오홍식 상무는 "우리 회사는 '굴뚝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면서 "로고를 교체한 뒤 회사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teentee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