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마저 '레임덕' 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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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안팎에서 악재가 거듭 쌓이면서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발 경제침체에서 촉발된 것이 국내의 취약요소와 결합하면서 최근 들어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급속히 확산되는 양상이다. 여전한 신용버블 확대에 수출둔화, 이라크전 우려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밀려들고 있다. 증시는 종합주가지수 600선이 무너지면서 바닥을 알 수 없는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연쇄충격을 극복해 내지 못하는 한 내년 상황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물가는 더 뛰고 외환위기 이후 유지해온 경상수지 흑자기조도 적자로의 반전이 예상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긴축경영 등 보수적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일 것이다.

꼬여가는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위기대처능력이 어느 때보다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대선에 빠져 경제는 안중에도 없는 정치권은 차치하더라도 정부 역시 치열성을 찾기가 어렵다. 작금의 경제상황은 불가항력적 대외변수가 많아 정책 선택의 폭이 좁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팀마저 아직은 지나친 비관을 할 때가 아니라며 뒷짐만 져서는 안된다.

국내 경제의 경착륙 우려는 여기저기서 제기된 지 오래다. 이를 막으려면 부동산 거품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고 경기의 급속한 후퇴에 대해서도 방책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엊그제 정부는 한가롭게도 대선을 의식해 포장만 다시 한 서민대책을 내놓았다. 금융통화위는 어제 콜금리를 재차 동결했다. 증시가 패닉(공황)에 가깝게 급속히 빠지는 판에 금리를 어느 한 방향으로 결론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름쯤 금리를 인상해 분명한 경고를 주었어야 했는데 실기(失機)했다. 금리를 둘러싼 정부와 한국은행의 여전한 견해차를 보면 정책조율에도 이상이 있음이 분명하다. 지금이야말로 분명한 정책노선과 추진 의지가 절실한 때다. 정권에는 임기말이 있으나 경제에는 임기말이 있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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