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 초등생 10일 만에 부모품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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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유괴범에게 납치돼 10일 동안 감금됐던 초등학생이 9일 새벽 무사히 귀가했다. 許모(7·초등1)군은 지난달 30일 오후 3시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S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다가 길을 묻는 40대 남자(몽타주)가 운전하던 승합차에 태워져 납치됐다.

유괴범은 납치 3시간 뒤 許군 집으로 전화를 걸어 "현금 1천만원을 입금하라"고 요구한 뒤 10일간 하루 6∼8차례씩 모두 63회 전화를 걸어왔다.

범인은 승합차를 타고 서울·인천·동두천·대전·청주 등지를 빠르게 이동하면서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공중전화 통화를 1분 이내로 짧게 끊고, 훔친 휴대전화로 통화하다 배터리를 빼는 방식으로 재빠르게 끊어 발신자 추적을 따돌렸다.

범인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경륜장 등지에서 알게 된 환전상·관람객에게서 빌린 5개 은행계좌로 許군의 몸값을 송금받은 뒤 심부름꾼을 시켜 인출을 시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범인은 "아들 병원비가 급히 필요해 납치한 것"이라면서 고도의 심리전을 쓰기도 했다.

범인은 지난 8일 오후 6시40분에서 8시 사이 충북 진천과 중부고속도로 음성휴게소에 있는 현금인출기에서 세 차례에 걸쳐 許군 가족이 입금시킨 6백만원 중 5백만원을 인출한 뒤 9일 오전 5시쯤 許군을 집 근처에 내려주고 달아났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키 1m63∼65㎝에 왜소한 체격을 가진 범인의 몽타주를 작성, 공개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또 은행 폐쇄회로(CC)TV 분석과 경마장·경륜장 주변 환전상 등의 진술을 토대로 범인을 추적하고 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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