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 돈 전달설 등 정치권 수사 몸사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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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 이에 따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너무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민주당 설훈(薛勳)의원이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가 한나라당 李후보 측에 20만달러를 제공했다"는 폭로와 한나라당의 고발로 시작된 명예훼손 사건 수사는 5개월 넘게 끌고 있다.

법조계에선 20만달러가 李후보 측에 넘어갔다는 뚜렷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薛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검찰이 최종 결론을 미루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지검 차동민(車東旻)특수2부장은 "핵심 참고인을 조사하지 못해 결론을 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5개월을 수사해놓고도 중요 참고인을 조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명쾌한 설명이 없는 상태다.

지난 3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불거진 권노갑(權魯甲)전 민주당 고문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 역시 수사에 별 진척이 없다. 검찰은 權씨로부터 각각 2천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민주당 김근태(金槿泰)·정동영(鄭東泳)의원이 계속 소환에 불응하자 시간만 보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민주당 측의 고발로 시작된 한나라당 주진우(朱鎭旴)의원의 노량진수산시장 입찰 비리 의혹 수사는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朱의원을 직접 조사하지 못한 채 1년이 지난 상태다.

검찰 내부에선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자꾸 검찰로 떠넘기고 있다"는 불만이 많다.

그러나 검찰 스스로가 일관성 없는 대응과 눈치보기로 정치권의 정쟁에 이용당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 역시 만만치 않다.

경실련 사무총장을 지낸 이석연(李石淵)변호사는 "검찰이 단호한 수사를 벌여 신속하게 시비를 가리고 악의적인 무고나 명예훼손 등을 과감하게 처벌한다면 정치권이 검찰을 이용하려는 생각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4천억원 대북 지원 의혹도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계좌 추적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원배 기자

onebye@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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