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꿈나무 과감한 투자 사우디 '이유있는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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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육상 돌풍은 정부 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일궈낸 값진 결실이었다.

불가리아 출신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육상팀을 지도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시메노프 코치는 "우수한 꿈나무들을 발굴해 체계적인 훈련을 실시한 결과"라며 "전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메노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10년 전부터 자질있는 어린 선수들을 발굴한 뒤 외국의 저명한 코치들을 초빙해 지도를 맡겼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육상대표팀의 코치 12명은 전원 러시아·자메이카 등 육상 강국 출신의 외국인이다. 모리스 그린(미국)을 키워낸 명지도자 존 스미스(미국)도 1992년부터 단거리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러닝·스트레칭·웨이트트레이닝 등 과학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해 기본기부터 가르쳤다. 비디오를 통해 선수들의 동작을 하나하나 분석했고, 효과적인 식이요법도 병행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꿈나무로 선발된 선수들에게 대학졸업 때까지 장학금을 지급하고, 국내외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막대한 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자 1백m에서 우승한 자말 알 자파르(31)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갈고닦아 내놓은 최고의 보배로 꼽힌다. 그는 아마추어 축구팀의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다 95년 24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육상으로 종목을 바꿨다. 데뷔 첫해 국내 챔피언에 올라 주목을 받았고, 사우디아라비아 육상연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유럽에서 장기간 전지훈련을 하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개인 최고기록은 아직 10초19에 불과하지만 아시아 선수로는 첫 9초대 진입을 노리던 아사하라 노부하루(일본)와의 맞대결에서 당당히 승리함으로써 앞으로 상당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알 자파르는 우승 후 트랙에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고는 기도를 올렸다. "알라 후바쿠르(알라는 위대하다)."

부산=정제원·이철재 기자

newspo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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