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하루 수백건 산불 … 메드베데프, 비상사태 선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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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에 기상이변 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에서는 130년 만의 기록적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2일 7개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하루 평균 300여 건의 화재가 닷새째 계속 일어나 13만ha의 숲이 불에 탔다. 중국은 물난리에 시달리고 있다. 창장(長江)의 범람위기는 가까스로 넘겼지만 이번에는 동북 3성 일대에서 폭우와 홍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130년 만의 폭염이 부른 러시아 산불=러시아 중서부를 뒤덮고 있는 산불은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과 가뭄이 겹치면서 숲이 건조해진 틈을 타 맹렬한 기세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 지역개발부는 “지금까지 산불로 최소 34명이 사망하고 22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약 1억5000만 달러(약 1760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산불이 확산되면서 18만 명의 비상사태부 요원과 소방대원은 물론 경찰·군인까지 진화 작업에 동원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불은 하루에도 수백 건씩 새롭게 발생하고 있어 진화작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1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500㎞ 떨어진 보로네시 지역의 숲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지난주 러시아 중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산불은 필사적인 진화 작업에도 불구, 수백여 곳으로 번지고 있다. [보로네시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스테파노프 비상사태부 위기대응센터장은 2일 현지 TV와의 회견에서 “오늘 하루 동안 500 여건의 화재가 추가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지난달 31일 “화재로 소실된 모든 집을 10월까지 다시 지을 것”이라며 1억6500만 달러의 긴급 예산을 할당했다.

수도 모스크바는 직접적인 산불 피해를 입지는 않았으나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연기가 시내로 이동하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또한 기온이 더 올라가고 강풍이 불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주에 최악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지린(吉林)성 위수(楡樹)시 주민 2명이 2일 보트에 탄 채 폭우로 인해 쑹화강으로 휩쓸려간 화학약품 드럼통들이 강물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나무에 묶고 있다. 중국 동북부 일대에 열흘간 계속된 폭우로 100명 이상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위수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 동북 3성에 물난리=중국 서남부에 이어 지난달 하순부터 폭우가 열흘째 계속되고 있는 동북 3성 일대에서 홍수 피해가 커지고 있다. 2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지린(吉林)성에서는 사망자와 실종자를 합쳐 인명 피해가 100명을 넘어섰고 3만7000채의 가옥이 유실됐다. 농경지 6만8000ha가 물에 잠겼으며 이 중 절반은 수확을 포기해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 퉁화(通化)시에서는 상수도관이 파손되면서 33만 명의 시민들이 수돗물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폭발성 화학물질을 담은 통 7000개가 홍수로 쑹화(松花)강에 유입됐으나 이 중 6400여 개만 회수됐다. 옌볜(延邊)조선족 자치주의 중국 동포 거주지역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서남부 쓰촨(四川)성 몐주(綿竹)시에서는 1일 새벽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인근 4000여 명이 고립됐다. 올여름 중국에서는 수재로 모두 991명이 사망하고 558명이 실종됐다. 1998년 이후 최악의 홍수 피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황정호 인턴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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