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초단,끝낼 기회를 놓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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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제4보

(76~102)=우상의 흑들이 백의 포위망을 벗어난 것은 호랑이가 우리를 탈출해 숲으로 간 것과 같다. 창하오9단은 78로 육박하여 공격을 계속했으나 이미 그 몸짓은 공허할 뿐이다. 79,81의 간단한 수순으로 백대마가 오히려 흑의 칼 끝에 노출됐다. 백의 공세는 끝나고 이제 상황은 크게 반전해 흑의 밀물같은 공격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85의 절단으로 공격을 알리는 봉화가 올랐다. 89가 선수이고 91,93,95가 모조리 선수. 대마가 못 살았기에 백은 이 간단한 수순들이 뼈에 사무치게 아프다. 흑대마를 가두지 못한 후환이다. 그러나 97,99가 오버페이스. 이 수순이 숨이 탁 막혀가던 백에 실낱 같은 희망을 주고 말았다.

"끝낼 수 있는 기회였어요. 그런데 경험부족이랄까, 너무 순진하다고나 할까."(홍태선8단)

홍8단은 '참고도' 흑1로 곧장 공격했으면 거의 끝장이었다고 했다. 백은 2를 선수한 다음 4로 살겠지만 비참한 모습. 흑은 A로 잡는 보너스도 있어 확실하게 우위에 설 수 있었다. 최원용초단이 97,99를 먼저 둔 것은 '참고도' 백2의 선수를 미연에 막아 백 대마를 아예 잡아버리려는 생각이었다.

창하오9단은 99를 보는 순간 100을 선수했는데 이 한방이 참으로 예리했다. 이 수가 꺼져가던 승부의 불씨를 아슬아슬하게 되살려 놓았다. 이젠 흑B로 젖혀도 백C의 수단이 있어 대마는 타개가 가능한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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