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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흡연피해자 34조원 배상평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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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법원의 배심원들이 4일 세계 최대 담배제조사인 필립 모리스에 담배를 피우다가 폐암에 걸린 개인에게 2백80억달러(약 34조4천4백억여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AP·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법원의 배심원단은 폐암으로 3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여성인 베티 불럭(64)에게 필립 모리스는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이같은 거액을 물어주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평결 액수는 개인 흡연자에 대한 배상 규모로는 사상 최고이며, 이 회사 지난해 매출액의 38%에 해당한다. 징벌적 손해배상금이란 피고의 악의적 행위에 대한 처벌 성격의 배상금을 의미한다.

배심원단은 "담배회사가 흡연과 폐암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증거를 숨겨왔다"며 회사측의 사기 및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 사실을 인정했다. 이 회사는 1960년대 이래 흡연이 암과 관련이 있으며, 담배에 중독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소비자들에게 비밀로 해왔다는 것이다.

불럭은 17세 때부터 지난해 2월 폐암 판정을 받을 때까지 필립 모리스사의 벤슨 앤드 헤지스를 피웠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회사측 변호인단은 "불럭이 지난 40여년간 건강에 해롭다는 담뱃갑의 경고문구와 주변 가족들의 충고를 무시했다"며 회사의 면책을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 법원의 배심원단은 이번 평결에 앞서 지난달 26일 불럭의 질병에 대한 보상금으로 85만달러를 필립 모리스가 지급해야 한다는 별도의 평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날 평결로 필립 모리스사의 주가는 전날보다 4%가 곤두박질하면서 97년 11월 이후 최저치인 38달러로 주저앉았다. 필립 모리스는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평결 액수가 대법원에서 그대로 인정될 경우 불럭은 재산규모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4백30억달러)과 워런 버핏 버크셔 헤더웨이 회장(3백60억달러)에 이어 세계 3위의 갑부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최종 판결에서는 배상 액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필립 모리스사는 폐암에 걸린 흡연자에게 30억달러를 지급하라는 법원의 평결이 나왔으나 이 금액은 최종심에서 1억달러로 줄었다.

강홍준 기자

kang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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