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은 '탁월한 창작물'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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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구약성서에 관한 상식을 뒤집어놓는 이 책은 지난해 출간 이후 미국의 출판계와 신학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하버드 신학대학원의 하비 콕스 교수의 말대로라면 "성경을 융통성없는 무오류설로부터 해방시키고, 역사적 맥락 속에서 자리매김해준다". 깜짝 효과를 노린 폭로서와는 선명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미국의 '우수 페이퍼백 북클럽'등에서 우수도서로 선정했을 것이다.

이런 허두 떼기는 역사와 전설을 분리하는 이 책의 도발적 메시지 소개에 앞서 '완충효과'를 위해서이다. 자, 내용은 이렇다. "성경 속의 애급탈출은 역사 속의 사실이 아니다" "다윗과 솔로몬은 기원전 10세기에 실존인물일 가능성은 있으나 산간지방의 작은 군벌에 불과했다." 이 책은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히브리 성경의 유래에 대해서도 결정적인 의견을 들려준다.

"모세5경은 모세가 쓴 것이 아니다. 기원전 7세기 유다왕국의 요시야 왕의 재위시 쓰였다. 성격도 민족의 영웅 서사시이다". 즉 요시야 왕은 개혁군주였다. 다신교 숭배로 둘러싸인 당시 사회 속에서 이스라엘 민족주의를 고취하려는 그의 의도는 전역의 전설을 수집·재구성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구약은 '신의 계시'가 아니라 '탁월한 창작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성경이 허구라는 말이냐고 물을 법하다. 그렇지는 않다. 옮긴이의 말을 들어보자. "홍해가 갈라지고 다윗이 골리앗을 죽인 것 등 특정사건을 뒷받침하는 역사적 증거가 성경의 위대함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시공을 초월한 성경의 위력은 인간의 해방, 압제에 대한 저항 등을 설득력있는 서사시 속에 승화시킨 데 있다."

조우석 기자 wow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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