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식아동 제공 '부실 도시락'… 네티즌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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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시민단체인 탐라자치연대가 공개한 시당국의 '결식아동용 점심 도시락'.(서귀포=연합)

제주도 서귀포시가 겨울방학중 결식아동들에게 부실한 점심 도시락을 제공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서귀포 탐라자치연대는 지난 7일 시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날 결식아동들에게 제공된 도시락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런 도시락을 어떻게 어린이들에게 먹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탐라자치연대가 공개한 도시락 내용물은 빵 1개에 단무지 2~3쪽,게맛살 4조각,삶은 메추리알 5개,맛살 튀김 2개 등이다.

서귀포시는 1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해 12월 27일부터 2월 중순까지 결식아동 720여명에게 하루 1인당 2500원 짜리의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서귀포시청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게 어떻게 2500원짜리인가""그 도시락 당신들이 먹어라""내 자식이라면 그런 음식 먹이겠느냐" 는 등의 항의글이 쇄도, 11일 한때 접속이 중단되기도 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1인당 도시락 비용(2500원)으로 배달까지 해야 하는데 일반 식당에서는 주문을 받지 않아 시청 구내식당에 위탁해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며 "매일 식단을 바꾸는 과정에서 이날 하루의 내용물이 부실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파문이 확산되자 강상주 서귀포시장은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7일 결식아동에게 지급된 점심 도시락이 부실해 해당 결식아동을 비롯,사회에 심려를 끼친데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이어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아동급식 지원시책을 재검토, 시급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동급식을 담당한 책임 과장에 대해 관리 감독에 소홀한 책임을 물어 금명간 인사위원회에 회부, 직위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탐라자치연대 이군옥 대표는 "1인당 중식비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부실 도시락이 제공돼 결식아동에게 격려는 커녕 힘을 빼앗고 있다"며 "이같은 지원이 생색용으로 전락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4~5일전 한 시민의 제보를 받고 시청을 찾아가 해결을 촉구했지만 당시 시청 관계자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한편 도시락을 제작,공급한 시청 구내식당 운영업자 김모(40.여)씨는 "시민단체가 공개한 도시락 사진은 결식아동이 일부를 먹은 상태의 것"이라며 "원상태의 도시락은 모닝빵 1개, 집게살 튀김 2~3개, 게맛살 5~8개, 삶은 메추리알 5~6개, 단무지 8~9조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도시락 1개당 단가가 2500원이지만 도시락용기 구입비(300원)와 배달료(450원),조리사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순수 음식재료 값은 1400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귀포=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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