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기업 2~3년간은 '신의주 관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신의주 특별행정구(이하 신의주 특구)'는 독립성이 보장되고 특구 내에서 얻어진 이익이 다시 투자돼 인프라 개선에 사용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남한 기업의 신의주 특구 진출은 개성공단 건설사업의 진전 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분석됐다.

KOTRA는 1일 '북한 신의주 특구 설치 배경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신의주 특구의 성공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집약된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KOTRA는 "북한의 개방지향적인 특구 전략 발표로 외국인 투자가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서방 투자가들은 아직도 북한은 투자위험이 높고 신의주의 인프라 여건도 별로 좋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며 "서방기업은 당분간 상황을 주시하며 진출 타당성을 검토하는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특구개발 초기(향후 2∼3년)에는 중국과 화교기업의 진출이 예상된다고 KOTRA는 전망했다. 중국·화교계 기업의 진출 이유로 ▶신의주가 중국 동북부와 인접해 있고▶중국계 기업인 양빈이 장관으로 임명됐으며▶북한과 중국이 전통적으로 우호관계에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중국기업의 진출 분야는 주로 무역·숙박업 등 서비스업이 될 것이며 경공업을 비롯한 제조업도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특구가 시작된 뒤 4∼5년 후인 중기에는 ▶특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북한 당국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며 ▶축적된 자본이 재투자돼 인프라 개선에 투입될 경우 서방기업의 진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투자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신의주 특구는 실패한 경제특구로 평가받고 있는 나진·선봉 지구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남한 기업은 투자지역으로 신의주보다 남포·평양을 선호하고 있어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개성공단 건설사업이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따라 남한 기업의 신의주 특구 투자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KOTRA는 개성공단 조성이 조기에 가시화할 경우 신의주로 진출하는 남한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지만 개성공단 사업이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을 경우 북한진출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신의주 진출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KOTRA 김삼식 북한팀 과장은 "남한 기업 입장에서 거리나 인프라상으로 개성공단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은 것이 현실"이라며 "대다수 기업은 최소 몇 달 정도 개성공단 진행추이를 보면서 신의주 투자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KOTRA는 남한 기업의 신의주 특구 진출 유망분야로 경공업·물류업·금융업 등을 꼽았다. 신의주는 섬유를 비롯한 경공업의 생산 기반이 있어 경공업 분야 단순위탁가공·설비제공형 위탁가공과 합작투자가 가능하며 경의선 연결이 완료되고 낙후된 북한측 구간이 개선된다면 신의주가 남한과 중국 동북부를 잇는 물류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현재 북한에서 상업은행 기능을 하는 곳이 없다는 점을 들어 금융업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KOTRA는 북한이 일차적으로 과감한 개방정책과 외국인 행정장관 임명을 통해 서방세계의 관심을 높이는 데는 성공했다고 평가한 뒤 ▶법제도의 성실한 집행▶자유로운 경영활동 보장▶비용 경쟁력 확보▶인프라 구축▶판로확보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했다.

김창규 기자

teente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