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숙씨 중풍 老母 22년 수발 효도상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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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부모님을 모시는 것은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인데 자꾸 상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이것도 결국 부모님 덕 아닌가요."

전북 임실군의 향토축제인 소충·사선문화제의 충·효 부문 수상자로 뽑힌 가수 현숙(玄 淑·본명 정현숙)씨.

가수로서 만큼이나 '효녀 심청'으로 잘 알려진 그는 1981년 중풍으로 쓰러진 어머니(80)를 22년째 극진히 모시고 있다. 함께 모시던 아버지는 10여년 동안 치매를 앓다 96년 타계했다.

"각종 공연·방송 출연 등으로 잠시도 쉴 짬이 없을 만큼 바쁜 일정이지만 부모님과 관련된 일이 제게는 가장 소중하고 우선적입니다. 아침에 눈 뜨면 어머니의 용변 기저귀를 갈고, 얼굴을 닦아내고 옷을 입혀드리는 일부터 시작하지요."

지방 공연을 가면 자정을 넘겨 귀가하기 일쑤지만 매일같이 어머니의 속옷을 갈아 입혀 드리면서 하루 일과를 들려주고 손과 배를 문질러 준다. 이같은 효행이 알려져 그는 96년 어버이날 국민포장을 받았다.

전북 김제 출신인 玄씨는 3남 3녀 중 다섯째. 고향에 오빠들이 있지만 "서울에 있어야 병원에 다니기 좋다"며 어머니를 모시겠다고 자청했다.

혼자 살지만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다고 우겨 다른 형제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80∼82년 10대 가수로 잇따라 뽑힌 그는 최근 발표한 '오빠는 잘 있단다'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玄씨는 "그때 그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다정한 안부전화 한 통이 '돈 벌면 예쁜 옷과 맛있는 음식을 사드리겠다'는 약속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며 "사회복지시설 등의 장애인·노인들을 위해 이동 목욕탕 기증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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